등록 : 2005.04.20 19:14
수정 : 2005.04.20 19:14
“전문성 및 책임성의 부족으로 방송정책 표류.” “직무수행 능력의 부족으로 공신력 실추 초래.”
정보통신부가 19일 출입기자들에게 돌렸다는 ‘방송위원회 직무수행상 문제점’이라는 문건의 내용들이다. 방송위는 당연히 발끈했다. 이날 밤 ‘방송위원회 입장’을 밝히면서 “합의제 행정위원회 제도의 인식 부족이며, 관료적 독단에 대한 향수”이자 “사실무근의 흑색 선전”이라고 정통부를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방송관련 주무기구는 기본적으로 방송위인 터라, 바깥에서 이런 식의 비판 자료를 만들어 돌린 정통부 처신에는 문제가 많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방송위 행태에 대한 정통부의 지적 자체는 곱씹어볼 만하다. 예컨대, 방송위는 마침 이날 위성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디엠비) 재송신을 사실상 허용하는 결론을 내렸다. 방송법 78조4항과 시행령 61조3항에 근거해 “방송사업자 간에 자율계약을 맺어 재송신을 신청하면 승인한다”는 것이다.
법대로라면 방송위는 처음부터 위성 디엠비 사업자가 자율계약을 맺어 신청할 경우에 한해, 심사를 거쳐 승인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따름이다. 그러나 그동안 방송위는 처음엔 위성 디엠비는 신규 서비스라 지상파 재송신을 ‘불허’한다고 밝혔고, 나중에는 종합편성채널 등을 통해 재송신을 ‘허용’할 수 있다는 방안을 표명하기도 했다. 법조문에도 없는 ‘월권’을 행사하려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방송위는 지난해 탄핵방송 심의 때도 ‘개별 프로그램 단위로 심의한다’는 법조항을 챙기지 못해 엄청난 사회적 논란을 부른 바 있다. 방송위의 정책 추진과 집행은 무엇보다 법에 근거해 진행된다. 매번 이런 식의 아마추어리즘이라면, 방송위의 직무수행 능력과 공신력은 불신받을 수밖에 없다. 방송통신융합 규제기구 논의 과정에서도 방송위의 위상이 바로 서기 어렵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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