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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21 19:14 수정 : 2005.04.21 19:14

서울에 소재한 한 산업대학이 금년도 입시에서 별난 신입생 모집 신문광고를 냈다. 법원으로부터 공증받은 총장 명의의 ‘교수보장 확인서’를 그대로 사진으로 찍어 신문에 낸 것이다. 우수한 학생을 확보하기 위해 기상천외한 방법을 동원하였다. 이를 서울대학교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이 보고 응시하여 합격을 하였다. 물론 그 학생은 교수보장 확인서를 받았다고 한다.

산업대학은 일반대학과는 전혀 다르다. 산업대학의 교육목적은 ‘국가와 사회의 발전에 기여할 산업인력을 양성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고등교육법에 명시되어 있다. 즉, 산업대학은 ‘전문 기술자 양성’이라는 교육목표를 수행하는 직업기술 교육기관인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산업대학이 정부의 일관성 없는 교육정책과 대학 구성원들의 일반대학을 향한 끊임없는 단합으로 교육적 특성을 완전히 상실한 채 크게 변질되었다.

교육부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하여 사회 거물급 인사 또는 정치인을 총장으로 영입하였고, 교수도 산업체 현장의 경험자보다는 외국 명문대학에서 학위를 받은 사람들로 충원하였다. 교육프로그램도 실무중심에서 학문중심으로 바꾸어 나갔고, 학생선발 방식도 일반대학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였다. 그 결과, 산업체 근로자보다는 수능성적이 우수한 일반학생이 더 많이 입학하였다. 변질된 모습은 명칭에서도 잘 나타난다. 한글 명칭은 ‘산업대’보다는 ‘대학교’로, 영어 명칭도 ‘Polytechnic’보다는 ‘University'를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에서조차 산업대학이 어떤 성격의 대학인지 전혀 알지 못한다.

최근 정부의 대학 구조개혁으로 국립대학은 구조조정의 급물살을 타고 있다. 산업대학은 판을 새로 짜야한다. 국립 산업대학은 반드시 고등교육법에 명시된 교육목적대로 운영해야한다. 일반대학으로의 전환뿐만 아니라 일반대학과의 통합도 허락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산업대학으로서 체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한국산업기술대학교처럼 특성화 산업대학으로 발전을 꾀해야 한다. 반면에 사립 산업대학은 일반대학 설립기준에 적합하다고 판단되면 원하는 대로 일반대학으로 전환해 주어야 한다. 또한 전문대학 중에 산업대학으로 체제 전환을 원하는 대학이 있다면 신청을 받아 설립 기준에 적합하면 산업대학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어야 한다. 특성화 전문대학 중에는 이미 산업대학으로서 특성과 경쟁력을 갖춘 대학들이 적지 않다.

이도 저도 아니면 산업대학을 아예 없애버리고 새로운 대학 체제를 만드는 것은 어떨까? 독일에는 ‘통합대학교’(Gesamthochschule)라는 새로운 형태의 고등교육기관이 있다. 기존의 일반대학이 갖고 있는 장점(이론)과 기술대학이 갖고 있는 장점(실기)을 두루 갖춘 경쟁력 있는 대학으로 산업체의 선호도가 매우 높은 대학이다. 20여 년 간 갈팡질팡해온 산업대학이 대학구조개혁 흐름을 타고 ‘새로운’ 산업대학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백형찬/서울예술대학 교수·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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