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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25 19:13 수정 : 2005.04.25 19:13

김병수 논설위원

투자전문가 마크 파버는 〈내일의 금맥〉이라는 저서에서, 세계 여러 나라에서 과거 나타난 ‘붐’ 또는 투기열풍 흐름을 봤더니 ‘제로(바닥)~점화~회복~붐~미심쩍은 하락~각성~절망’이라는 7단계를 겪더라고 했다. 붐에 이어지는 ‘미심쩍은 하락’ 단계에서는 가격 상승세가 일차 조정을 받는다. 그렇지만 관심을 끄는 재료들이 나타나고 낙관론이 작용해 다시 상승세를 타기도 한다. 아파트 분양값은 수요자들의 구매력을 초과하는 수준에 이른다. 투자자들은 고점이 지난 줄 모르고 조정을 오히려 투자기회로 본다. 곧이어 각성 단계로 가면 신용이 빠듯해지면서 주식시장 침체가 이어지고 부동산 가격이 폭락한다. 다음은 절망이다.

붐이 끝나갈 때 투자자들이 보이는 행동을 파버는 이렇게 진단했다. “많은 사람들이 투기가 지나쳐 조만간 거품이 꺼질 것을 알아차린다. 그러나 눈앞의 이익에 현혹돼 신중한 투자자도 매수에 가담한다. 열풍의 마지막 단계에서는 이익을 볼 기회가 너무 커 보이기 때문이다.” 시장 흐름을 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얘기할 때 미국의 세계적 경제학자인 어빙 피셔 사례를 들곤 한다. 석학인 그도 1929년 대공황 때 주가가 계속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주가 폭락 뒤에도 한동안은 낙관론을 접지 않았다. 그 자신도 상당한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투기열풍으로 거품이 키워지면 결과는 거의 예외없이 참혹했다. 1630년대 유럽의 튤립 파동을 보면, 튤립 알뿌리 한 개 값이 목수의 200년치 연봉만큼이나 치솟았지만 1637년 정점 뒤 두달 사이에 100분의 1로 폭락했다. 1860년대 미국과 유럽의 철도 관련 주식투기 열풍은 1873년에 세계 증권시장을 붕괴시켰다.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까지 영국과 일본의 부동산 시장, 90년대 중반 홍콩의 부동산 시장도 그랬다. 영국에서는 90년대에 들어 집값이 급락하며 전국 주택의 33%가 가압류 상태에 빠졌다. 일본은 10년 넘는 복합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홍콩에서는 1997년에 부동산 값이 급락세로 돌아서며 아파트를 팔아도 담보대출을 갚지 못하는 ‘깡통 아파트’가 속출했다. 홍콩의 부동산 가격지수를 보면 1997년 이후 2년여 사이에 40% 가량 빠졌다. 일본 부동산 가격은 지금도 1991년의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다.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값을 두고 거품 논란이 일고 있다. 10·29 부동산 대책 이후 주춤하던 아파트 값은 올 들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거품이 있는지, 있다면 얼마나 있는지 단정하긴 어렵다. 계속 붐 단계일 수도 있고, 고점이 지났는데, 낙관론에 기대 잠시 반등하는 국면일 수도 있다. 그러나 통상적인 아파트 적정가격 잣대로 보면 걱정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먼저 소득 대비로 보면, 서울 강남권과 수도권 일부 지역 아파트 값은 이미 일본의 부동산 시장 거품이 절정이던 1991년 수준을 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익성을 기준으로 할 때는 월세수입 대비 아파트 값을 본다. 대신증권이 아파트 가격을 월세지수로 나눠본바, 과거 평균을 100으로 했을 때 올해 3월 서울 강남 아파트는 166.4로 나왔다. 1980년대 후반에 분 아파트 투기바람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1991년의 134.1보다도 훨씬 높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최근 ‘주요국의 금리인상과 시사점’이란 보고서에서 “저금리 유지가 투자 확대에 기여하지 못하고 부동산 가격 불안 등 부작용을 초래 중”이라며 “뒤늦은 금리 인상시 버블 붕괴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행여 한국에서도 거품 붕괴 현상이 나타난다면?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쪽은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아 투기화한 시장에 가세한 사람들이다. 경제 역시 일본식 장기침체로 이어질 우려가 없지 않다. 1980년대 일본에서는 ‘토지 불패 신화’가 있었다. 한국에는 ‘강남 불패 신화’가 있다. 일본의 신화는 91년 이후 처절하게 무너졌다.

김병수 논설위원 byung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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