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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25 19:23 수정 : 2005.04.25 19:23

체르노빌은 일본 히로시마와 함께 원자력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대표적인 도시 이름이다. 1986년 4월 26일 옛소련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4호기에서 사고가 발생해 세계를 놀라게 했으며, 지금까지도 원자력의 에너지 이용을 반대하는 주장의 근거가 되고 있다. 실제로 체르노빌 원전사고를 계기로 원자력을 위험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부분적으로 원자력 추진정책을 재검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후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설비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로 인해 오늘날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은 더욱 높아졌다고도 말할 수 있다.

지난해 말 체르노빌 원전을 직접 돌아볼 기회가 있었다. 19년 전 사고가 발생했던 체르노빌 4호기는 석관으로 둘러싸여 있었으며, 사고 이후에도 계속 가동되었던 1,2,3호기는 2000년 12월 15일 3호기를 마지막으로 모두 멈춰서 있었다. 사고지점으로부터 30km 반경은 여전히 통제구역으로 일반인들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었지만, 340여명의 원주민들이 통제구역 안에서 농사와 가축을 기르면서 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곳에서 마침 체르노빌 원전사고 당시 현장 책임자로 근무했던 A.S. 쟈틀로프가 쓴 <체르노빌, 그때 그 사건에 대해 말한다>라는 책의 사본을 구해볼 수 있었다. 실제 사고가 일어났던 순간 그 자리에 있었던 저자가 사고당시 상황과 발생원인 등에 대해 자세하게 기술한 책이다. 이 책에서는 당시 옛소련에서 개발한 원자로인 ‘경수냉각 흑연감속로(RBMK-100)’의 불완전한 설계와 설비결함이 체르노빌 사고의 근원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소비에트 사회의 폐쇄적인 관료주의가 사고 원자로의 문제점을 사전에 개선 보완할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저자는 전력생산을 위한 원자력의 이용 여부를 결정하는 데 있어 체르노빌 사고는 고려대상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체르노빌에서와 같은 사고는 설계상 규정을 잘 지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으며, 환경적으로 원자력은 다른 에너지에 비해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사고 당시 방사선 피폭으로 인한 질병으로 1995년에 사망하였지만,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필요성에 대해서는 상당히 긍정적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원자력은 에너지자원으로서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그 이용에 대해 반대하는 이유는 체르노빌 원전과 같이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될 사고가 발생한 것이 큰 원인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옛소련에서 개발한 RBMK 원자로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서방 원전과는 설계개념부터 다르며, 특히 방사능 누출을 막아주는 격납건물을 갖추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교 대상이 되지 못한다. 체르노빌 사고경험을 통해 우리는 많은 교훈을 얻었다. 우선 소비에트 사회의 폐쇄성이 사고의 한 원인이었다는 점에서 원자력을 포함한 과학기술 분야에 있어서도 민주적 의사결정과 정보의 공유, 그리고 자유로운 비판과 의사개진이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인 이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고도의 전문영역 분야라고 할 수 있는 원자력의 경우 투명성을 높이는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고 하겠다.

그리고 원자력의 안전이용에 대한 사회적 의식수준을 높이고 국민적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원전 종사자들의 철저한 안전의식이 필수적이며, 아울러 원자력 과학기술에 대한 대중적 이해를 높이기 위하여 전시체험교육 등 다양하고 중장기적인 교육프로그램이 체계적으로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인류의 복지 증진에 기여해 왔지만 동시에 부정적인 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원자력에 대한 평가도 이러한 두 가지 측면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체르노빌 사고와 같은 불행한 사태가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되겠지만, 이를 교훈 삼아 비발전 분야를 포함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가치를 제고해 나가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박금옥/ 한국원자력문화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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