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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26 19:06 수정 : 2005.04.26 19:06

‘복원’이라는 말을 할 때 우리들은 일반적으로 ‘원래의 상태로 돌려놓는다’라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내용만을 보면 참으로 좋은 말들이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사업이나 진행 중인 일에 이러한 좋은 뜻의 단어를 찾아 붙여서 일반 사람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전달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용보다는 단어가 갖는 선한 이미지로 인하여 모든 것을 좋은 방향으로만 판단하기 일쑤다.

요즈음 광릉의 국립수목원에서는 사라진 크낙새를 복원하기 위해서 북한에서 사는 크낙새를 잡아와 광릉 일대에 방사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얼핏 들으면 참으로 좋은 계획이 아닐 수가 없다. 그러나 내용을 살펴보면 많은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약 46㎝ 정도의 대형 딱따구리 종류인 한국의 크낙새는 과거 일본의 대마도와 남북한에서 살았다. 그러나 일본 대마도의 크낙새는 1920년대에 마지막으로 한쌍이 잡힌 이래 절종되었으며, 남한에서는 1990년대에 이르러 경기도 광릉에서만이 해마다 크낙새를 볼 수 있는 유일한 서식지였다. 남한에서 유일한 크낙새의 서식지로 여겨지는 광릉에서조차 휘경원 일대에서 울음소리로 크낙새의 서식이 마지막으로 확인된 1996년 이후 크낙새의 서식에 관한 보고가 없어 광릉 일대 크낙새 서식 여부에 관한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국제자연보호연맹과 국제조류보호협회에 등록된 국제적인 보호조로 지정하였으며, 한국에서는 1962년 12월3일 유일하다시피 한 크낙새의 서식지인 광릉 숲 일부 252㏊(봉선사 입구에서 생산기술 연구소 정문)를 천연기념물 11호로 지정해 보호하여 왔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광릉의 집단을 제외하면 지구상에서 확인된 크낙새 집단은 북한에서 번식하는 집단이 최후의 집단으로 판단되며, 아무리 많이 잡아야 20쌍 미만 정도만이 전부로 파악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두고 볼 때, 북한에 자연적으로 서식하는 극소수의 크낙새 집단에서 많은 개체를 광릉에 들여올 리는 만무하며, 이러한 경우 광릉일대에서 자연방사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가장 큰 문제는 결국 세대가 지날수록 유전적인 근친교배때문에 광릉에 도입된 크낙새는 영속할 수 없다는 것이다.

둘째는 방사 이전에 인공사육을 할 경우의 기술적인 문제다. 곧, 딱따구리 종류는 인공사육이 어려운 종의 하나이며, 약 70~100년 정도 된 고목에서만 번식하는 크낙새의 사육기술은 세계 어디에서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불행하게도 한국 또한 이러한 상황은 마찬가지다. 결국, 인공사육을 하였을 경우 성공률이 굉장히 희박하다는 이야기다.

셋째는 크낙새를 자연방사한 곳의 서식환경 문제다. 현재, 광릉에서는 크낙새가 사라진 원인, 즉 방해요인의 수준이나 크낙새가 이용하는 먹이의 상황 혹은 서식지의 환경 등이 과거에 비해 좋아졌다는 증거가 어디를 찾아봐도 없다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요인을 종합해본다면 크낙새를 도입하여 복원해봐야 또다시 사라질 것이 뻔하다. 오히려 북한에서 자연서식하는 크낙새를 가만 놔두어 자연적으로 증가할 수 있을 터인데도, 그 기회를 빼앗고, 얼마 남아 있지 않은 크낙새를 들여옴으로써 지구상에서의 멸종을 가속화하는 결과밖에는 되지 않을 것이다.

필자는 그나마 지금 광릉에 남아 있는 또다른 동식물들이 사라지기 전에, 이들의 서식지로서 안정성을 확보하고 동물의 서식에 방해가 되는 요인을 파악하여 그 수준을 낮추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고 본다. 또 국립수목원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이벤트성 사업을 벌이기보다는 크낙새가 사라진 원인을 먼저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는 일이 오히려 본연의 임무가 아닐까 생각한다.

박성근/ 한국조류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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