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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26 19:07 수정 : 2005.04.26 19:07

정치권의 의욕적인 문제제기로 그동안 학계를 중심으로 논의되던 행정구역 개편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행정수도 이전보다도 그 파급 효과가 클 수밖에 없는 전국적 행정구역 개편은 지방자치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면 쉽게 수긍이 가는 면도 있으나, 여당은 물론 야당까지도 국가구조의 골격을 바꾸는 엄청난 계획을 배경설명 없이 동시에 내놓는 바람에 많은 사람들이 당혹해하고 있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수백 년 이어져 온 ‘도’를 폐지하여 새로 판을 짜면 고질적인 지역주의를 극복할 수 있다는 식의 논리적 비약들이 나오면서 오히려 개편 필요성이 잘못 전달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 때문에 행정구역 개편 논의에 앞서 몇 가지 기본시각의 정리가 요구된다. 우선 용어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 정치권에서 던진 행정구역 개편이라는 말 속에는 글자 그대로의 행정구역은 물론 주민 직선으로 기관 구성이 이루어지는 지방자치 계층구조를 포함하고 있는데, 양자의 접근방식이 다르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나아가 개편의 당위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구역개편의 준거 이념으로 민주성과 효율성을 함께 견지해야 한다. 권위주의를 극복하고 한국 민주주의를 제도적으로 담보해 낸 지방자치 이념으로서의 민주성이 구역개편으로 훼손되어서는 안 되며, 동시에 21세기 세계화에 따른 무한경쟁 체제에서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행정의 효율성이 함께 극대화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현행 행정구역은 백 년 전의 농경시대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서 세계화와 지식정보화를 지향하는 현대사회와 조화를 이루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주민생활권과 행정권, 그리고 경제권이 서로 겉도는가 하면, 행정체제가 ‘중앙-시도-시군구-읍면동’의 복잡한 체제로 되어 있고, 이에 따라 행정의 원스톱 서비스도 구조적으로 부적합하다. 또한 이러한 중복행정의 결과는 운영상 ‘고비용 저효율’ 문제를 야기해 왔으며, 특히 사안이 생기면 서로 떠넘기는 책임회피 구조로 이용되기도 했다. 나아가 21세기 새로운 지방자치는 효율성을 전제한 민주성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고전적인 행정 시스템으로는 지역 경쟁력을 담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지역발전 능력이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에서 구역개편의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한다.

논의가 진행될수록 가장 첨예한 쟁점이 될 것은 역시 어떻게 개편할 것인가 하는 구역개편의 내용이다. 이는 전문가들에 의해 객관적으로 검증을 거친 다양한 대안들을 놓고 국민동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치권에서 제시한 1개 특별시와 60~70개 정도의 광역도시로 통폐합하자는 것이 하나의 안이라고 할 때 또다른 적극적, 소극적 대안들이 제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도 폐지라는 급진적인 안 이외에 도의 기능전환 방안, 도-시군 간 기능분리 방안, 시군의 기능확대 방안 등의 다양한 자치구역 개편안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런가 하면 도와 내륙광역시 통합방안이나 도농 통합제도, 대도시특례제도, 자치구와 행정구의 발전방안, 읍면동 기능전환(‘주민자치센터’ 정착방안), 그리고 주민생활 위주의 경계조정 방안 등도 행정구역 개편 차원에서 고려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구역개편의 기본인식을 바탕으로 민주적으로 절차적 정당성을 이끌어 낸다면 역대 정권이 늘 변죽만 울린 채 덮어두곤 했던 해묵은 과제가 나름으로 방향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특히 성과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논의구조의 중심에 국민이 있어야 한다. 행정편의만 강조했을 뿐 역사상 한 번도 지역주민 스스로의 요구와 결정으로 행정구역이 개편된 적이 없었음을 반성하여, 이번만큼은 정치권의 당리당략이나 공무원과 기득권층의 입김이 작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오히려 정부와 정치권은 필연적으로 대두할 수밖에 없는 지역주민들 간의 이해관계를 적극적으로 해결해 주는 지원 몫을 맡아야 한다. 21세기 미래지향적 행정구역 체제라는 큰그림을 전제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낸다면 ‘마지막 남은 개혁과제’인 행정구역 개편도 성공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심익섭/동국대 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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