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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정말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었다. 각기 특이한 디자인을 자랑하며 수없이 치솟고 있는 초고층 마천루만이 눈길을 끄는 것이 아니었다. 도로망이 날로 확장되고 있었고, 도로변 곳곳은 숲과 공원으로 바뀌어 나가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대형매장들을 훨씬 능가하는 규모의 초대형 매장 내부에 들어가면, 주요 대도시에 사는 중국인들의 생활수준이 얼마나 빠르게 고급화하고 있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꿈만 같은 변화는 도시환경이나 생활환경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공장의 작업환경도 하루가 다르게 혁신되고 있었다.
내가 맡았던 사업장 중에서 낡고 오래된 공장 4개가 그 사이 폐쇄되어 세계적 수준의 2개 공장으로 재탄생하였다. 아주 오래되고 경쟁력이 없는 작은 기계들을 퇴역시키거나 해외로 팔고, 좋은 기계들만 새 공장으로 옮기고, 근로자 수를 늘려 4조 2교대를 실시하고 있다. 평생학습을 위한 특근도 도입하고 있었다. ‘직장과 가정의 조화’, ‘일과 삶의 조화’가 우리나라보다도 빠르게 자리잡아 가고 있었다.
난징에서 상하이로 이동할 때는 모처럼 4시간 넘게 육로로 갔다. 300㎞가 넘게 떨어져 있는 두 도시가 사실상 붙어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두 도시를 잇는 고속도로변에는 산업시설과 건물들이 끝없이 줄을 지어 들어서 있었다.
20여년 전에 대거 건설되기 시작했다는 농촌가옥들도 모두 2층 아니면 3층이어서 내 눈에는 모두 빌라처럼 보였다. 실제 빌라도 곳곳에 들어서고 있었다. 건평이 100평이 넘는다는 집들도 많았다. 도시에 있는 아파트들도 점점 커져 방 3개짜리가 보통이고 실평수가 50평이 넘는 방 4개짜리 대형 아파트들이 우후죽순처럼 치솟고 있었다.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을 꿈꾸고 있는 중국의 역동성은 정말 놀라웠다.
이번에 특히 중점 방문한 상하이·난징·항저우는 인구 1억5천만명 가까이가 모여 살며 세계적 경제클러스터를 이루고 있는 창장 델타지역의 3대 도시로서 양쯔강 유역의 경제·사회·문화 수준을 대변하고 있었다. 난징 주변의 숲과 공원은 세계적 수준이었다. 천년이 넘은 각종 문화유적과 숲이 잘 어우러져 있는 도시의 모습은 비록 상하이 같은 첨단성은 없을지라도, 내게는 더욱 아름다웠고 품격이 있어 보였다.
항저우 섬유와 용정 녹차의 도시 항저우에서는 서호에 가서 송대의 대시인 소동파가 군수였던 시절 준설하여 만들었다는 소동파 방죽을 보면서 천년 전 시인이며 관리이자 사회개혁가였던 소동파를 그려볼 수 있었다. 천년이 넘게 중국인들의 사랑을 받으며, 수많은 전설을 만들어 내고 있는 서호는 병풍처럼 산에 둘러싸여 있었다. 보름달빛 아래 잔잔한 물 위를 흘러가는 배들의 모습은 마치 구름 위를 떠가는 신선들의 배처럼 어디론가 가볍게 흘러가고 있어, 잠시 선경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을 했다.
항저우에서의 백미는 모간산 운서죽경(雲栖竹經)이었다. 구름이 산중턱에 걸려 있는 듯한 모간산 중턱에 큰 대나무 숲길이 길고 깊게 뻗어 있었다. 높다란 장대 줄기 사이사이로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져 내리고 있어, 산림욕 중간중간 숲 사이로 비치는 눈부신 햇살의 신선함과 신비함을 만끽할 수 있었다. 대나무 숲 속 곳곳에는 수백년이 넘은 거목들도 있었는데, 대개 풍향이라는 수종이었고, 참나무와 칠엽수와 장목류도 있었다. 그 중 제일 오래된 나무 하나는 참으로 크고 잘생겼고 힘차 보였는데, 수령이 1010년이 넘어 국가보호수로 지정되었다고 했다.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산업화의 역동성과 함께 찬란한 역사와 문화와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일으켜 놓은 파문은 흔들리는 대나무숲의 바람소리처럼 쉽게 가라앉질 않았다. 운서죽경 내에 세심정(洗心亭)이라는 조그만 정자와 못이 하나 있고, 그 옆으로 깨끗한 물이 흐르고 있어, 두 손을 오래 담그며 호흡을 가다듬고 나서야 끝없이 흔들리던 마음을 달래며 씻어낼 수 있었다.
문국현/ 유한킴벌리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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