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4.28 21:53
수정 : 2005.04.28 21:53
지난해 12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재충전의 시간을 보내다 지난주부터 새 직장으로 출근하기 시작했다. 첫 출근해서 동료들과 인사를 나눈 후, 다음날 신고식 겸 해서 간단한 점심을 사기로 하고 사무실 근처 깔끔해 보이는 김치찌개 전문점으로 갔다.
전문점이라 그런지 김치찌개가 그런대로 괜찮았다. 코를 훌쩍거려 가며 맛있게 먹은 후 계산을 하려고 가격을 물어보니 1인분에 5000원이라고 하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 회사를 그만 둘 때까지만 해도 일반적인 가격이 4000원에서 좀 비싸면 4500원이었는데 현 근무지인 장충동이 전 직장이 있는 광화문보다 물가가 더 높지 않다면 음식값이 최고 25%나 더 비쌌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료들에게 인사하는 자리라 뭐라 하기도 그래서 그냥 깔끔한 전문점이니깐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다.
그런데 다음날 점심시간, 장충동에 사무실이 있는 후배를 만나 뭘 먹을까 고민하다 김치찌개를 먹으러 갔다. 다른 집 가격은 어떤지 궁금하기도 해서 평범해 보이는 음식점으로 가 김치찌개를 시켰는데 이건 찌개가 아니라 김치국이었다. 둘은 “음식맛이 뭐 이러냐”며 투덜거리며 허기진 배를 채웠다. 샐러리맨 점심이야 한끼 때우는 것이려니 하고 먹었다. 그리고 계산을 했다. 근데 여기도 5000원이었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주인에게 “여긴 왜 이렇게 비싸냐”며 따졌다. 그랬더니 오히려 주인은 이 동네 다 5000원이라며 어이없단 표정으로 쳐다보는게 아닌가. 하도 기가 차길래 몇 마디 더 쏘아 부쳤더니 “세상물정 모르는 손님”이라며 타박을 들었다.
지난해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되어 북미산 쇠고기 수입이 금지되었는데, 지금까지는 재고 출하로 가격상승을 막아왔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재고가 바닥이 나면서 수입 쇠고기 값은 물론 쇠고기 대체상품인 돼지고기 값도 크게 올랐단다. 그래서 갈비탕, 설렁탕 값도 최소 1000원씩은 다 오른 상태고, 게다가 채소값 마저 올라 손님상에 반찬 올리기가 무섭다며, 문제는 빨리 수입이 재개돼야 가격이 안정되어 손님들도 좋고, 자기네 같은 조그만 음식점들도 먹고 살 수 있다며 한탄을 늘어놓았다.
요즘 신문을 보니 미국에서 쇠고기 수입하라고 이만저만 난리를 치는게 아닌 것 같다. 미국에서 누가 왔다 하면 쇠고기 수입재개 하라고 협박성 멘트를 던지고 가는 모습을 보면 정말 분통이 터진다. 우리 국민들 입에 들어가는 음식의 안전성이 확실히 검증되지도 않았는데 무조건 수입하라고 강요하면 이건 내정간섭 수준인 것이다. 뭔가 확실히 달라진 대안을 제시하고 얘기를 꺼내는 것이 순서란 생각이 든다.
이와 아울러 우리 정부도 너무 눈치만 보는 것 같다. 농민단체, 시민단체, 국회 등 워낙 수입반대 여론이 강하니깐 자꾸 시간끌기만 한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광우병 소가 발견된 지 1년이 넘도록 안전성에 대한 논의만 하고 있다면 이는 북미 국가들에게 무역마찰의 빌미를 줌은 물론이거니와 더 나아가서는 서민들에게 비싼 먹거리를 강요하는 정부일 수 밖에 없다. 우리 농산물을 애용해야 한다는 애국심은 누구나 가지고 있겠지만 물가는 해마다 폭등하는데 경기침체로 나날이 가벼워지는 지갑 생각을 하면 무조건 애국심만 강요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김형수/서울시 중구 장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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