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도 쾌재 정도는 아니지만 싫지는 않다. 조금만 깊이 생각해보자. 정가가 무너지면 책값은 서점에서 결정하는 것이다. 정가라는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다. 온라인 20% 할인은 정가라는 기준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나도 정가법이 무너지면 온라인과 똑같이 할인을 하려고 준비중에 있다. 물론 경영이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온라인도 어렵기는 마찬가지 일 것이다. 들은 바에 의하면 온라인도 마진이 20% 정도는 되어야 유지된다고 한다. 그런데 교보, 영풍문고 등도 다같이 할인판매를 시작하면 온·오프라인 할인 전쟁이 일어날 것이다. 그러면 독자들은 책값이 싸져서 좋을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그건 절대로 아니다. 할인액 만큼 정가상승을 불러 일으키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결국 대자본이 아닌 경쟁력 없는 서점만 도산하게 될 것이다.
만약 가격파괴가 일어난다면 첫째, 본인이 직접 경험해 본 결과 60~70년대 처럼 책값이 흥정이 대상이 된다. 둘째, 서점끼리 경쟁이 되어 할인률이 올라간다. 그 대신 책값은 할인률 만큼 올라가는 악순환이 된다. 셋째, 양서출판이 설 자리를 잃는다. 책 정가에서 10%가 인세인데 정가가 유명무실해지니 기준이 없어져 저자 또한 좋은 책 쓰기가 어려워진다. 60년대처럼 덤핑출판사가 횡행하고 길거리에서 정가의 20~30로 파는 책이 널릴 것이다. 또한 지금도 전문서적 출판이 어려운데 더더욱 타격을 받을 것이다. 이는 21세기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60년대로 되돌아 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 점은 본인이 40년 동안 서점경영을 해오면서 몸으로 생생이 느낀 바이다.
과연 우리나라가 미국처럼 초대형 서점들이 각 도시마다 몇 개씩 지점만을 낸다면 그 것이 바람직한 일인가? 우리 서점에도 가끔씩 독자가 찾아와 큰 대학이 4개나 있는 신촌에서 책방이 없을 뿐더러 대한민국 최대 여자대학인 이화여대 앞에 조차 책방 하나 없는 일이 정상이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 온라인 서점에게 묻겠다. 정가법에는 온라인 서점의 경우 10% 할인을 하도록 돼있다. 그것만이라도 잘 지키면 공존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으니 독자, 서점, 출판사 모두 힘을 다해 길을 찾아 보자.
박인철/홍익문고 대표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