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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식 한동대 교수·변호사 <한겨레>를 집어들면서, 아마추어 냄새가 물씬 나던 1980년대의 대학가 신문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질 때가 가끔 있다. 그만큼 강한 주장이 넘쳐나지만 재미와 감동은 찾기 힘든, 늘 옳은 말을 하지만 이웃들의 따뜻한 체취는 느낄 수 없는 신문이 바로 한겨레였다. 그러나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너도나도 더 높은 곳을 향해 내달리는 이 시대에 그나마 낮은 곳을 지향하는 흔치 않은 매체인 까닭에, 한겨레는 여전히 내가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신문이다. 그런 한겨레에 바라는 몇 가지를 정리해 본다. 운동권 대신 ‘지금 여기’ 보길
첫째, 한겨레는 ‘민주화 이후 세대’를 향해 눈을 떠야 한다. 전통적으로 ‘운동권’이라 불리는 분들, 곧 민주화 운동 경력을 인생 전면에 내세울 수 있는 세대는 넓게 잡아야 87년도 고교 졸업생 정도가 마지막이다. 위장 취업한 공장에서 등사판으로 유인물을 찍던 그들의 ‘전설’ 앞에서, ‘그 이후 세대’가 취할 수 있는 유일한 태도는 감탄 섞인 존경뿐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운동권이 아니었거나 아예 운동권이 될 수 없었던 세대는 그런 존경의 마음 한편으로 까닭 모를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제 한겨레도 ‘그 이후 세대’가 날로 늘어나는 냉엄한 자연의 법칙을 인정하고, 새로운 세대와의 본격적인 대화에 나서야 한다. 전설이 아니라 ‘오늘 바로 이 자리에서’ 고통받는 이웃과 함께하는 현장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찾아가야 한다는 말이다. 같은 맥락에서 집 한 평 늘리는 것이 소원이면서도 실업의 공포 앞에 무기력하게 노출되어 있는 보통사람들의 고민에 한걸음 더 다가서는 것도 중요하다. 삶의 세세한 무늬 돋보이게 둘째, 인간 개개인에 대해 좀더 깊은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한다. 똑같은 인터뷰 기사를 쓰더라도 한겨레는 ‘그 사람이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가’보다,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인가’에 초점을 맞춰왔다. 그러나 이론만으로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던 시대는 갔다. 대신 삶의 진정성을 보여줄 수만 있다면 의외로 쉽게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는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사람들의 영혼을 울리는 것은 역시 ‘사람’에 관한 이야기뿐이다. 기자들 자신의 이야기와 독특한 목소리가 담긴 기사들도 충분히 그런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 작년 연말 희망퇴직이란 이름 아래 뼈아픈 구조조정을 겪은 한겨레신문사의 한계와 고민이야말로 시민들과 호흡을 함께할 수 있는 기막힌 기삿거리 아니던가? 셋째, 일등을 자처하는 신문들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틈만 나면 최고, 최초, 최연소를 떠드는 그 신문들의 ‘높은 곳 바라보기’가 다수의 욕망과 일치하는 한, 신문 시장의 순위는 바뀌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일등 신문들의 엉터리 보도를 지적하는 것은 물론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다른 신문들을 감시하는 것이 신문의 본질적 사명이 될 수는 없다. 한겨레는 그동안 헛발질을 반복하는 그 신문들과의 적대적 공존 속에서 독자적 심층취재를 게을리하지 않았는지 반성해야 한다. 한겨레는 ‘80년대 조갑제’ 수준의 근성 있는 기자를 과연 몇이나 키우고 있는가? ‘근성있는 기자’ 안나오나 새로운 세대의 아픔을 머리로만 이해하고, 가슴으로 느끼지 못하는 진보 신문에 미래는 없다. 편집의 최종 책임을 여성에게 맡긴 신문답게, 폭력에 멍든 우리 사회를 ‘사람 냄새 나는 따뜻한 진보의 손길’로 살려내는 한겨레가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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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결코 짧지 않은 시간입니다. <한겨레>는 5월15일 창간 17돌을 맞습니다. ‘곧 망할 신문’이란 저주를 들으며 벌써 17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진보언론계 일각에서 <한겨레>와 분명한 선을 긋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시간이 지났습니다.
되돌아봅니다. 국민이 만들어준 신문임에도 국민의 목소리에 제대로 귀 기울이지 못했습니다. 늘 ‘진보언론’을 말해왔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한겨레> 스스로가 강해져왔는지 의문입니다. 깊이 반성합니다.
<한겨레>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에 관한 각계 인사 열 분의 제안을 5월3일부터 차례로 싣습니다. 한겨레를 사랑하는, 아니 한겨레에 대한 애정을 여전히 간직한 모든 네티즌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야!한겨레’에 대한 댓글도 좋고, 네티즌 여러분의 독자적인 비판의 글도 좋습니다. 보도태도에 대한 비판과 제언을 통해 한겨레를 꾹꾹 밟아주시기 바랍니다. 네티즌 여러분 글의 하한선은 원고지 5매입니다. 상한선은 없습니다. 여러분의 쓴소리를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보리밟기’로 아로 새기겠습니다. 겸허히 새겨들으며 ‘제2창간’의 각오를 다지겠습니다.
네티즌 참여 | http://bbs3.hani.co.kr/Board/hankr/list.asp?Stable=hankr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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