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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02 19:57 수정 : 2005.05.02 19:57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소련의 붕괴는 지정학적인 재앙이었다”고 선언했다. 이 발언의 의미는 소련의 붕괴로 미국이 지정학적 영향력과 지배력을 넓혀가면서 세계를 전략적 불균형 상태로 몰고갔다는 것이다. 소련이 무너진 뒤 ‘강요된 감금 상태’에 처할 정도로 밀리기만 했던 러시아에 이 말은 진실이다. 미국이 전세계의 거의 모든 지역들로 전진해 나가면서 러시아는 끊임없이 억눌리고 굴욕을 당했다.

푸틴 대통령은 분명히 주요한 국제적 이슈들에서 러시아가 영향력 있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 불만을 느끼고 있으며, 거침없이 나아가던 소련 시절의 강력한 추진력을 회복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중동은 초강대국들이 경쟁하면서 남의 일에 간섭하는 데 적절한 환경을 제공해주는 중요한 지역이다. 이 지역은 여전히 불안정하고 이스라엘과 최종적으로 평화를 확정짓는 일은 여전히 멀기만 하다. 이 지역에서 미국은 정치적 무대를 독점해 왔으며, 러시아에는 단지 의례적인 몫만을 주었을 뿐이다. 예를 들면 소위 ‘중동평화 이정표(로드맵)’는 미국과 유엔, 러시아와 유럽연합(EU)이 공동으로 만들어낸 정치적 안건으로 볼 수 있지만, 이를 실행하는 데서 러시아는의례적인 공식 4자 회담 참석으로만 제한된 것을 보면 이런 정황을 알 수 있다.

아마도 이 때문에 푸틴 대통령은 시리아에 ‘스트렐리츠’ 대공 미사일을 판매하기로 결심했을 것이다. 현재 아랍국들의 영공은 이스라엘 전투기들 앞에서 무방비 상태나 다름없이 개방돼 있기 때문에 시리아는 이 미사일을 팔라고 지난 몇 해 동안 러시아에 애원하다시피 해 왔지만, 러시아는 완강하게 이를 거절해 왔다.

몇 달 전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푸틴 대통령은 시리아가 러시아에 지고 있는 110억달러나 되는 부채의 70%를 경감해주기로 결단을 내렸다. 그리고 시리아에 영공 방어체제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경악했지만 러시아는 단호하게 이 거래가 성사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이런 새로운 접근법을 반복해서 제시해 왔고, 실제로도 그런 행보를 시작하고 있다. 중동 순방에 나선 그는 이 지역의 중요한 세 나라인 이집트, 팔레스타인, 이스라엘을 방문하기로 했다. 이것은 공평하게 보이지만 이스라엘과 미국은 이 지역 정치에 대한 미국의 독점상태가 깨질까봐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중동 평화를 향한 여러 노력들에 다른 여러 나라들이 참여하는 것이 감사하다고 밝혀오기는 했지만, 참여한 이들이 사소하고 주변적인 일만 맡도록 한정해 왔다.

이스라엘과는 반대로,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러시아가 이 지역으로 돌아온 것에 대해 행복해하고 있다. 왜냐하면 그들은 ‘중립적인 세력’이 간절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지난 몇 해 동안 러시아가 이 지역에 평화를 정착시키려는 움직임에서 중요한 몫을 해달라고 설득해 왔으나, 러시아는 계속 주저했다. 이 때문에 팔레스타인은 실망하고 용기를 잃은 채 미국과 이스라엘에 희생될 수밖에 없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국제적으로 미국과 경쟁할 상대가 없기 때문에 아랍국들, 특히 팔레스타인의 입지가 약해졌으며, 이 때문에 이 지역에서 공정한 평화 정착이 불가능해졌다고 설명해 왔다. 팔레스타인인들은 미국이 그들을 평화가 아닌, 항복 쪽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이야기해 왔다. 러시아의 등장이라는 새로운 상황을 맞아 그들은 숨 쉴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가 이 지역에서 정치적으로 건설적인 구실을 하기 위해 돌아왔으며, 최종적인 평화 정착을 위해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해 왔다. 바로 이 때문에 푸틴 대통령은 중동평화 회담과 관련돼 있는 여러 당사국들이 모스크바에서 정상회담을 열자고 요구했다. 그러나 미국은 당장 이 제안이 효과도 없고 시기도 적절하지 않다며 거부했다.


푸틴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돕겠다고 약속했으며, 인티파다(팔레스타인 민중봉기) 초기에 이스라엘이 부숴버린 헬리콥터들을 교체할 두서너 대의 헬리콥터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에게 선물했다.

이제 러시아는 상당한 정치적, 경제적 안정을 이뤄냈기 때문에 푸틴 대통령은 분명 이에 대해 안도감을 느끼면서 국제정치에 개입할 수 있는 더 넓은 여지를 가지게 되었다. 이것이 그가 내린 결론이라면, 러시아가 소련이 아랍국들과 맺고 있던 전면적인 유대관계를 재정립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아랍국들과 러시아는 서로 공통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그들 모두 얻을 수 있는 것이 많을 것이다.

사타르 카셈/팔레스타인 나자대학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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