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5.03 19:50
수정 : 2005.05.03 19:50
봄이다. 일요일 오전의 시내는 한가로웠다. 초등학교 6학년 아들과 아들 친구가 갓 배우기 시작한 한국화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시간에 교통편이 여의찮아, 딸아이를 태우고 시내를 달리면서 생각했다. ‘사람이 꽃을 구경하는지 꽃이 사람을 구경하는지 서로 몹시 바쁘구나.’
약속장소에 도착해 보니 넓고 긴 예술회관 계단에 단 세 사람이 앉아 있었다. 아이 둘에 어른 하나. 우리 아이들 모습에 가려 어른은 보이지 않았지만, 서로 대화를 하고, 그림을 펼쳐보고, 악수도 하고… 방해를 하고 싶지 않아 지켜보고 있는데 순간 너무나 유명한(?) 시인이 있었다. 반사적으로 뛰어나가 “사인해 주세요” 했다. 그는 그렇잖아도 아이들이 사인을 받고 싶어 한다며 갖고 있던 책과 또다른 책의 속지를 뜯어서 글과 사인을 해주었다.
“동주야, 큰 산 같은 사람이 되어라.”
“도영아, 꽃나무처럼 너도 꽃을 피우거라.”
아이들의 얼굴은 순간 진달래보다 더 수줍은 분홍색이 되었다. 인사를 하고 돌아오는 우리에게 손을 흔들어 주신 그 모습은 봄꽃보다 진한 향기가 되어 우리를 황홀하게 했다. 영문을 모르던 초등학교 2학년 딸아이가 물었다. “엄마~! 스타야?”
돌아오는 내내 스타를 알아본 우리 아이들과 갖고 있던 책을 선뜻 내어준 손길, 그리고 오늘의 이 우연을 허락한 공간과 시간에 대해 생각했다. 시는 언제나 좋다. 4월 끝자락에서 봄꽃만큼이나 화려한 사람을 일상에서 만났다. 그 이름은 시인이다. 일상과 똑같은. 김용택 시인께 감사한다.
이정란/전북 전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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