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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창 ‘함께하는 시민행동’ 사무처장 집에서 <한겨레>를 구독하지 않고, 주로 지하철로 이동할 때 구독한 지 꽤 됐다. 어느 신문보다 자주 보기는 하지만, 이젠 전날처럼 늘 보는 신문은 아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 한겨레는 1987년 민주화 운동의 성과 위에 서 있다. 그런데 그로부터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에 주요 의제를 제기하고 변화를 위한 사회적 공론을 만드는 데 기여해 온 한겨레가 지금은 내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데 실패하고 있다. 내가 요즈음 한겨레에서 주로 읽는 것은 간혹 다른 시선을 담아두는 학술과 문화, 그리고 여성에 관한 것이다. 고민거리 던지는데 실패 이제 1987년 민주화의 성과 위에 기초한 흐름들이 어느새 낡은 것이 되어가고 있다. 한겨레가 민주와 진보를 무기로 싸워 온 대표적 보수신문 <조선일보> 역시 급속하게 영향력을 잃어 가고 있다. 따라서 한겨레가 계속 조선일보 부류의 신문들을 염두에 두고 신문을 만든다면, 조선일보가 영향력을 잃어가는 만큼 한겨레의 설자리도 좁아지게 될 것이다. 코미디 같은 일부 수구적 국회의원들과 언론인들의 주장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려줌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세웠던 모습이 80년대와 90년대엔 국민들에게 신선한 감동을 준 기획과 의제 설정으로 평가됐으나, 지금은 민주화의 후일담 정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한겨레의 정치적 편향에 대한 비판도 바로 이 지점과 연결돼 있는 것이다. 사회 곳곳에서 87년 민주화 이후 형성된 의식과 시스템이 뒤로 처지고 있는데도, 현재 한겨레는 이런 변화에 따른 사회 발전에 관한 의제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87년 민주화에 기초해 형성된 정치적 체제와 시각으로 지금의 변화를 해석하려 한다면, 우리 사회의 의제를 선도할 수 없다. 예컨대 요즈음 나라와 겨레의 경계가 갖는 폐쇄성에 대한 공격적인 ‘다른’ 목소리가 조선일보에 실리고 있는데, 만약 한겨레에서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됐다면 그 의미가 좀더 온전하게 전달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겨레의 또하나의 경쟁 상대로, 종이신문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인터넷이 있다. 그러나 나는 인터넷이 종이신문과 동일한 위상의 경쟁 상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겨레도 ‘인터넷 한겨레’를 통해 보면 이미 인터넷 매체의 일부다. 한겨레에 인터넷은 ‘종이신문 한겨레’와 다른 그 무엇이 아니다. 인터넷 매체의 폭발적인 영향력 확대는 오히려 전혀 다른 미디어 환경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일 뿐이다. 종이신문과 인터넷에 각각 담길 내용을 포함해 한겨레에 인터넷의 위상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국가·민족 폐쇄성 따지길 한겨레는 이제 민주화의 성과 위에 창간됐던 시대적 조건을 넘어선 상태다. 이제 전혀 다른 지형에서 출발해야 한다. 88년 온통 보수신문들이 판치던 환경에서 전혀 ‘다른’ 진보적 신문을 창조했듯이, 지금은 낡은 구도를 뒤로 하고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바탕을 둔 ‘다른’ 신문의 창조에 도전해야 한다. 이 길이 한겨레가 ‘제2 창간’을 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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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결코 짧지 않은 시간입니다. <한겨레>는 5월15일 창간 17돌을 맞습니다. ‘곧 망할 신문’이란 저주를 들으며 벌써 17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진보언론계 일각에서 <한겨레>와 분명한 선을 긋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시간이 지났습니다.
되돌아봅니다. 국민이 만들어준 신문임에도 국민의 목소리에 제대로 귀 기울이지 못했습니다. 늘 ‘진보언론’을 말해왔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한겨레> 스스로가 강해져왔는지 의문입니다. 깊이 반성합니다.
<한겨레>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에 관한 각계 인사 열 분의 제안을 5월3일부터 차례로 싣습니다. 한겨레를 사랑하는, 아니 한겨레에 대한 애정을 여전히 간직한 모든 네티즌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야!한겨레’에 대한 댓글도 좋고, 네티즌 여러분의 독자적인 비판의 글도 좋습니다. 보도태도에 대한 비판과 제언을 통해 한겨레를 꾹꾹 밟아주시기 바랍니다. 네티즌 여러분 글의 하한선은 원고지 5매입니다. 상한선은 없습니다. 여러분의 쓴소리를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보리밟기’로 아로 새기겠습니다. 겸허히 새겨들으며 ‘제2창간’의 각오를 다지겠습니다.
네티즌 참여 | http://bbs3.hani.co.kr/Board/hankr/list.asp?Stable=hankr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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