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5.09 19:17 수정 : 2005.05.09 19:17

윤성희 소설가

‘제2 창간’ 가는 길 각계 쓴소리

윤성희 소설가

겨울옷을 정리하다 옷장에서 지난 신문들을 발견한다. 작년 이맘때, 내가 어떤 고민을 했는지는 기억에 없지만, 내 이웃들이 어떤 아픔을 겪었는지는 거기-지난 신문에 새겨져 있다. 내친김에 옷장 서랍을 열어 보니, 누렇게 색이 바랜 신문이 바닥에 깔려 있다. 5년 전 가을, 은행잎이 바람에 날리더니 내 머리카락에 달라붙는다. 이것은 몇 년 전 서울 어느 거리에서 보았던 은행잎일까? 올가을 내가 서울 어느 거리에서 만날 은행잎일까?

‘순수 콤플렉스’ 이젠 탈피

신문은 유통기한이 존재하지 않는다, 고 나는 믿는다. 다시 되돌리고 싶지 않은 사건들이 반복되는 것을 경험할 때마다, 그것들을 아무렇지도 않은 덤덤한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나는 신문의 유효기간에 대해 생각해본다. 신문을 읽다 우리 아버지는 자주 이런 말을 한다. 또? 이 말처럼 우리를 지치게 하는 말이 어디 있을까? 신문을 읽다 현재와 미래와 과거가 한곳에서 만나는 순간을 자주 발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과거와 미래가 우리로 하여금 ‘과연 그럴까?’ 하고 되묻게 되기를. 그래서 우리 아버지도 더 이상 지친 얼굴로 또? 하고 중얼거리지 않게 되기를 말이다. 그 순간, 현재에서 과거를 찾고 현재에서 미래를 보게 되는 순간, 신문은 영원해질 수 있을 것이다.

십칠년이 지났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하고 자꾸 자신에게 묻게 되는 나이 열일곱살. 친구들에게 〈한겨레〉를 물어보면 제각각 의견이 다양하다. 한 친구는 변해서 실망스럽다고 하자 다른 친구가 무슨 소리냐 오히려 변하지 않아서 답답하다고 반박한다. 스크랩을 해 둘 기사가 별로 없다고, 그래서 때론 돈이 아깝다고 말하는 실용적인 주부도 있었다. 순수한 소년은 자신이 순수하다는 생각에 영원히 발목을 잡힐 수 있다. 한겨레가 극복해야 할 것은 어쩌면 이 ‘순수 소년 콤플렉스’가 아닐까? 한겨레는 그 누구보다 자기 기준이 엄격했다. 하지만 이제는 자기 기준이 엄격해진 수많은 독자들이 생겼다. 수많은 눈들과 한겨레의 눈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자기가 순수하다고, 자기가 옳다고, 믿는 소년은 ‘순수’라는 개념이 흔들리는 순간 자신의 존재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이제 순수함은 가슴에 고이 간직하고, 그 커다란 개념과 일치하는 세세한 수많은 항목들을 등에 짊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시 작은 것부터 찬찬히, 낮은 것부터 찬찬히. 한겨레의 변화를 바라는 사람도, 한겨레의 변화가 실망스러운 사람도 아마 원하는 것은 단 하나일 것이다. 한겨레만의 눈을 되찾아주길!

현재에서 과거·미래 보게

어느 순간부터 나는 초라한 우리 집 옥상에서 보는 저녁놀보다 사진 속의 저녁놀이 더 아름답다고 느낀다. 더 실재 같다고 생각한다. 마음이 병들었지만 병들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살아가는 나 같은 사람들을 대신해서 한겨레는 영원히 아름다운 눈을 가졌으면 좋겠다. 저 멀리 지저분한 전선에 잘린 저녁놀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누구나 진실은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고, 이름처럼 아름답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꿈이라도 이렇게 소박하게 꾸었으면 좋겠다. 이 세계에는 수많은 아름다움이 존재한다는 믿음이 있고 난 후에야 비로소 ‘올바른 눈’이 만들어진다고 믿는 사람들이 아직은 존재하니까.



17년, 결코 짧지 않은 시간입니다. <한겨레>는 5월15일 창간 17돌을 맞습니다. ‘곧 망할 신문’이란 저주를 들으며 벌써 17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진보언론계 일각에서 <한겨레>와 분명한 선을 긋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시간이 지났습니다.

되돌아봅니다. 국민이 만들어준 신문임에도 국민의 목소리에 제대로 귀 기울이지 못했습니다. 늘 ‘진보언론’을 말해왔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한겨레> 스스로가 강해져왔는지 의문입니다. 깊이 반성합니다.

<한겨레>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에 관한 각계 인사 열 분의 제안을 5월3일부터 차례로 싣습니다. 한겨레를 사랑하는, 아니 한겨레에 대한 애정을 여전히 간직한 모든 네티즌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야!한겨레’에 대한 댓글도 좋고, 네티즌 여러분의 독자적인 비판의 글도 좋습니다. 보도태도에 대한 비판과 제언을 통해 한겨레를 꾹꾹 밟아주시기 바랍니다. 네티즌 여러분 글의 하한선은 원고지 5매입니다. 상한선은 없습니다. 여러분의 쓴소리를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보리밟기’로 아로 새기겠습니다. 겸허히 새겨들으며 ‘제2창간’의 각오를 다지겠습니다.

네티즌 참여 | http://bbs3.hani.co.kr/Board/hankr/list.asp?Stable=hankr



광고

관련정보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