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5.09 20:19 수정 : 2005.05.09 20:19

심각한 문제가 있음에도, 연일 발표되는 정부의 부동산투기 억제정책에 파묻힌 채 얼떨결에 통과될 지경에 놓인 중요한 정책이 있다. 바로 다세대·다가구주택의 재건축 요건 완화 법안이다.

건설교통부는 지난 3월17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뒤 지난 6일 보도자료를 통해 최종확정안을 발표하였다. 그리고 5월10일 국무회의를 거쳐 19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건교부는 애초 10년 이상된 다세대·다가구주택이 전체 주택수의 30% 이상일 경우 재건축이 가능하도록 재건축 요건을 대폭 완화하였다. 그러나 마구잡이 개발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서울시가 강력히 반발하자 한 걸음 후퇴하여, 노후주택이 전체의 2분의 1 이상인 지역으로서 15년 이상 된 다세대·다가구주택이 전체의 30% 이상인 지역으로 개정안을 확정하였다. 지자체보다 한참 앞장서 완화된 재건축 요건을 들고 나온 이유에 대해 건교부는 공동주택보다 주거환경이 열악한 다세대·다가구주택 밀집지역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다세대·다가구주택은 1990년대 초반 주택 200만호 건설계획의 일환으로서 과밀하게 들어선 것이 사실이다. 추가적 기반시설을 확보하지 않은 채 과도한 용적률을 적용하여 필지별로 개발된 다세대, 다가구주택은 이후 자동차의 증가로 인한 심각한 주차난이 가장 큰 문제로 떠올랐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다가구주택은 서민들의 중요한 임대주택 공급원이자 가옥주들의 주요 자금 및 소득원 기능을 해 왔다. 한두 가구가 거주하던 단독주택은 4~5가구가 거주하는 공동주택 형태로 건설되면서 저소득 세입자의 중요한 임대주택 공급원이 되었다.

이러한 다세대·다가구주택의 재건축 요건을 완화시키는 규정은 다음과 같은 심각한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첫째, 다세대·다가구주택의 수명을 사회적으로 15년이라고 확정지으면서 막개발을 조장하게 될 것이다. 70년대 초반에 지어진 아파트도 최소 수명이 20년인데, 그보다 20년 뒤에 지어진 주택의 수명을 15년으로 보고 재건축을 부추기는 정책은 엄청난 막개발과 주택자원의 낭비를 조장하는 일이다.

둘째, 향후 상당기간 사용할 수 있는 민간 임대주택 재고를 급격히 감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해 서민들의 주거불안을 심화시킬 것이다. 셋째, 가옥주와 세입자의 공생관계와 가옥주의 자금 여력상, 실제 사업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지역에서도 개발바람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주민을 혼란에 빠뜨리고 찬성 주민과 반대 주민 간에 심각한 갈등을 야기할 것이다.

다세대·다가구주택은 공동주택보다 주거환경이 열악하기는 하지만, 15년 만에 재건축을 해야 할 정도로 낡지 않았을 뿐 아니라, 정부가 미처 공급하지 못하는 서민 임대주택의 주요 공급원이자, 서민 가옥주에게는 소득의 원천이다. 멀쩡한 임대주택을 재건축하라고 부채질하는 정책은 건교부가 또 한편으로 담당해야 하는 주거복지기능을 저버리는 모순된 정책이다. 재건축을 통해 없어지는 만큼의 임대주택을 정부가 공급할 수 없다면 다세대·다가구주택의 주거환경 개선은 재건축방식이 아니라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 임대주택 공급 확대정책을 부르짖는 노무현 정부가 할 일이다.

윤인숙/걷고 싶은 도시만들기 시민연대 도시정책센터장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