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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원 재정경제부 차관보
‘신문을 가장 열심히 읽는 공무원’으로 알려진 덕분에 <한겨레> 창간 17돌에 부치는 ‘쓴소리’를 써야 하는 영광스럽지만 어려운 일을 맡게 되었다. 평소 느꼈던 것을 몇가지 지적하려 하는데, 한겨레에 도움이 된다면 다행이겠다. 한 신문으론 ‘안심’못해
독자들이 신문에 첫째로 기대하는 것은 정확한 사실과 유용한 정보의 제공이다. 속보 경쟁 속에서 한정된 인원으로 많은 지면을 메워야 하는 여건 탓인지, 정확한 사실과 깊이 있는 정보의 제공이라는 기초적 소임에서 우리 언론은 <한겨레>를 포함해 대부분 만족스럽지 못하다. 사실 보도의 취사선택에서도 이념적 편향이나 신문사 이익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어, 독자가 한 신문만 보고는 ‘안심’할 수 없는 것이 우리 언론의 현실이다. 앞으로 한겨레부터라도 이 점에서 질적인 차이를 느끼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식자층을 중심으로 독자들이 두번째로 신문에 기대하는 것은 균형 잡힌 해설이나 논설이다. 보수적이든 진보적이든 식자층 독자는 일방적인 편식을 강요당하는 것을 싫어하는 속성이 있다. 필자만 해도 사무실에서 여러 신문을 다 볼 수 있는 ‘사치’를 누리고 있지만, 이는 아무에게나 제공된 혜택이 아니잖은가. 식자층이 끼리끼리 편을 갈라서 자기 마음에 드는 주장을 펴는 신문만 보는 사회는 장래가 걱정스럽다. 보수층이 봐 주지 않는 ‘진보지’, 진보층이 봐 주지 않는 ‘보수지’만 있어서는 대화와 타협이 가능한 사회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논설에서도 질적 향상이 필요하다. 자신의 주장과 다르더라도 설득력 있는 명쾌한 논설을 읽는 것은 큰 즐거움이자 깨침이 된다. 만약 한겨레의 인적 자원으로 한계가 있다면 역량 있는 외부 필진을 활용하면 될 것이다. 이와 함께 한겨레가 균형 잡힌 정론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먼저 진보성의 자승자박에서 벗어나야 한다. 진보성에만 집착하기에는 이미 한겨레는 지면 구성 등에서 대중성을 많이 추구하고 있다. 진보성에 더 집착하는 온라인 매체들이 여럿 등장한 만큼, 한겨레는 대표적 진보지로서의 짐을 이제 좀 덜어놓아도 될 것이었다. 점점 더 신문을 읽지 않는 진보 성향의 젊은층에만 기댈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면, ‘보수층도 즐겨 읽는 진보지’로 자리매김해야 하지 않을까? 기업으로서 지속 가능성과 사명감으로 버티고 있는 기자들을 생각할 때, 한겨레 역시 대중성과 수익성을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른 신문과의 차별성은 이제 균형감각과 질적 향상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질적 향상에서 차별성을
‘균형’이라는 관점에서 한마디 더 덧붙인다면, 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사건이나 사고가 아니다)에 관한 기사를 늘려주었으면 한다. 우리나라만큼 대외 의존적이고 국제 경쟁에 노출된 나라도 없는데, 우리 언론들은 세계의 경제·사회적 변화에 너무 무관심한 것 같아 참으로 걱정스럽다. 지금부터라도 지구촌에서 우리나라의 위상과 처지를 온 국민에게 정확히 알려주는 것을 언론의 가장 중요한 소임의 하나로 삼아 주기를 바란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한겨레를 지키고 있는 분들께 존경의 뜻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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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결코 짧지 않은 시간입니다. <한겨레>는 5월15일 창간 17돌을 맞습니다. ‘곧 망할 신문’이란 저주를 들으며 벌써 17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진보언론계 일각에서 <한겨레>와 분명한 선을 긋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시간이 지났습니다.
되돌아봅니다. 국민이 만들어준 신문임에도 국민의 목소리에 제대로 귀 기울이지 못했습니다. 늘 ‘진보언론’을 말해왔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한겨레> 스스로가 강해져왔는지 의문입니다. 깊이 반성합니다.
<한겨레>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에 관한 각계 인사 열 분의 제안을 5월3일부터 차례로 싣습니다. 한겨레를 사랑하는, 아니 한겨레에 대한 애정을 여전히 간직한 모든 네티즌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야!한겨레’에 대한 댓글도 좋고, 네티즌 여러분의 독자적인 비판의 글도 좋습니다. 보도태도에 대한 비판과 제언을 통해 한겨레를 꾹꾹 밟아주시기 바랍니다. 네티즌 여러분 글의 하한선은 원고지 5매입니다. 상한선은 없습니다. 여러분의 쓴소리를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보리밟기’로 아로 새기겠습니다. 겸허히 새겨들으며 ‘제2창간’의 각오를 다지겠습니다.
네티즌 참여 | http://bbs3.hani.co.kr/Board/hankr/list.asp?Stable=hankr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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