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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12 19:13 수정 : 2005.05.12 19:13

박인규 <프레시안> 대표 \

‘제2 창간’ 가는 길 각계 쓴소리

나도 〈한겨레〉에서 일할 기회가 두번 있었다. 한번은 창간 전인 1988년 초, 80년 해직 선배로부터 함께 일해보자는 제의를 받았다. 당시는 〈경향신문〉에서 동료들과 함께 ‘경향 홀로서기 운동’을 하고 있었던 때라 아쉽지만 사양했다.

두번째는 경향에서 해직된 뒤인 91년 초, 당시 〈기자협회보〉 편집국장으로 일하고 있었던 나는 그해 3월쯤에는 한겨레로 옮겨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해고무효소송을 내놓고는 있었지만 동아투위 등 전례로 보아 승소 가능성은 없다고 판단한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의 계획은 실천에 옮겨지지 못했다. 기자협회와 한겨레의 내부 사정이 겹친 때문이었는데,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후자다.

이젠 옛 얘기가 돼버렸지만 당시 한겨레 내부의 ‘노선 투쟁’은 대단했다. 창간 초기인데다 출신 회사나 지역의 차이도 있었겠지만, 주요한 쟁점은 정치적 입장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안타까웠던 것은 한겨레가 현실 정치세력의 싸움을 냉철하게 전달하고 공정하게 평가하기 위한 나름의 독립적인 입장을 갖고 있기보다는 그 싸움에 휘둘리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한겨레 내부 구성원의 입장 차이는 기존 정치세력의 그것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았다. 언론의 본질적 사명이 ‘비판’일진대 현실 정치세력과 비판적 거리를 두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대다수 유권자는 현실적으로 선택 가능한 기존의 정치세력 중 하나를 택해 이를 지지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현실 정치세력의 노선을 맹목적으로 따르기보다는 나름대로 독립적인 관점과 입장을 가져야 되는 게 아닐까.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한겨레가 ‘여당지’ 논란에 휩싸인 것도 그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냉정하게 말해서 현실 정치의 당파적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롭고 독립적인 언론은 대한민국에 아직 없다. 그것은 어쩌면 현실을 깊이 있게 분석해내고, 새로운 미래를 이론적으로 선취해낼 지적 역량의 취약함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지적 역량의 열악함이 계속되는 한, 보수 대 진보의 싸움은 보수의 압도적 우위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현실이 그들의 편이므로. 현실의 작은 결함 하나를 실제로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힘을 발휘할 수 있으므로.

한겨레를 포함하여 이 땅의 진보를 자처하는 사람들은 ‘민주화세력의 도덕적 우위’라는,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환상에서 깨어나지 못한 것은 아닐까. ‘신자유주의 타도’라는 염불만 외고 있으면 세상이 바뀔 것이라는 지적 게으름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닐까. 그 신자유주의라는 것이 어떤 작동 과정을 거쳐 민초들의 삶을 옥죄고 있는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분석작업을 하고 있는가, 그리하여 변화의 당사자인 민중들이 자신들을 둘러싼 현실의 참모습을 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가 자문해 볼 때이다.

박인규/ <프레시안> 대표



17년, 결코 짧지 않은 시간입니다. <한겨레>는 5월15일 창간 17돌을 맞습니다. ‘곧 망할 신문’이란 저주를 들으며 벌써 17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진보언론계 일각에서 <한겨레>와 분명한 선을 긋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시간이 지났습니다.

되돌아봅니다. 국민이 만들어준 신문임에도 국민의 목소리에 제대로 귀 기울이지 못했습니다. 늘 ‘진보언론’을 말해왔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한겨레> 스스로가 강해져왔는지 의문입니다. 깊이 반성합니다.

<한겨레>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에 관한 각계 인사 열 분의 제안을 5월3일부터 차례로 싣습니다. 한겨레를 사랑하는, 아니 한겨레에 대한 애정을 여전히 간직한 모든 네티즌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야!한겨레’에 대한 댓글도 좋고, 네티즌 여러분의 독자적인 비판의 글도 좋습니다. 보도태도에 대한 비판과 제언을 통해 한겨레를 꾹꾹 밟아주시기 바랍니다. 네티즌 여러분 글의 하한선은 원고지 5매입니다. 상한선은 없습니다. 여러분의 쓴소리를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보리밟기’로 아로 새기겠습니다. 겸허히 새겨들으며 ‘제2창간’의 각오를 다지겠습니다.

네티즌 참여 | http://bbs3.hani.co.kr/Board/hankr/list.asp?Stable=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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