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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실효적 지배 강화의 시책을 추진해 나가기 위해서는 그에 앞서 1999년의 ‘신 한-일 어업협정’이 폐기되어야 독도 영유권을 완전히 보존할 수 있다는 법 이론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다. 이 협정은 첫째, 독도를 기점으로 하지 않고 울릉도를 기점으로 하여 이른바 중간수역을 설정하고 독도를 이 중간수역 내에 위치하도록 하고, 둘째, 독도 주변 중간수역에 있어서 한국의 배타적 어업권을 배제하고 일본의 어업권과 한국의 어업권을 각각 인정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따라서 이 협정은 독도가 한국의 영토가 아니라는 것을 한국이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는 해석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이러한 해석에 대해 우리 정부는 독도는 한국의 영토이나 유엔 해양법상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갖지 못하는 암석이므로 이 협정이 독도가 아니라 울릉도를 기점으로 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유엔 해양법은 도서는 배타적 수역을 가지나, ‘사람이 거주할 수 없거나 독자적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암석’은 이를 가지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해석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부당하다.
첫째, 국제법상 조약의 해석은 그 조약을 체결할 당시의 체약자의 의사를 명백히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조약을 해석할 당시의 조약문의 객관적 의미를 명백히 하는 것이다(조약법에 관한 협약 제31조 제4항). 독도는 사람이 거주할 수 없거나 독자적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암석이므로 울릉도를 기점으로 하는 협정을 체결한다는 뜻의 규정이 이 협정에 없으므로 우리 정부의 해석은 주장될 수 없다. 둘째, 독도는 현재는 물론이고 협정을 체결할 당시에도 40여명의 경비대원과 등대 근무요원이 거주하고 있고 서도에서는 상당량의 식수가 유출되고 있으므로 독도가 사람이 거주할 수 없거나 독자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암석이라는 정부의 해석은 사실에 반한다. 셋째, 정부는 협정의 ‘이 협정의 어떠한 규정도 어업에 관한 사항 외의 국제법상 문제에 관한 각 체약국의 입장을 해하는 것으로 간주되어서는 아니된다’는 규정(제15조)에 의거해 동 협정상 한국의 독도 영유권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규정은 협정수역 내에서의 어업에 관한 사항 이외의 배타적 수역의 내용인 해상과 해저 지하에서의 생물·비생물 자원의 관할권 등에 관한 사항에 관해 어떤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는 뜻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이상과 같이 정부의 해석은 부당하므로 협정상 독도는 한국 영토가 아니라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 장차 독도 문제가 국제사법재판소로 가게 될 경우, 그리고 수역 경계 획정의 경우 이는 한국 쪽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게 될 것이다.
다음으로 이런 정부의 해석은 앞으로 더는 주장될 수 없다는 것을 지적해 보기로 한다. 첫째, 정부의 해석은 장차 독도의 실효적 지배를 강화하여 독도가 명백히 사람이 거주할 수 있거나 독자적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섬으로 되면 동 협정은 독도가 한국의 영토가 아니라는 것을 한국이 스스로 인정하는 것으로 되고 만다. 둘째, 정부는 협정이 주는 어업상의 이익이 협정의 폐기가 주는 어업상의 이익보다 크다는 이유로 협정의 폐기를 반대하나, 어업상의 이익은 어떠한 경우에도 영토 주권에 우선할 수 없다. 일본으로부터 독도 영유권 수호의 문제는 역사를 바로잡는 과제이며, 이는 국가적 당위이고 민족적 소명인 것이다. 이러한 당위와 소명은 한국의 독도 영유권을 불안정하게 만든 협정의 과오를 과감히 인정하고 이를 폐기할 정부의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김명기/명지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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