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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13 19:12 수정 : 2005.05.13 19:12

‘제2 창간’ 가는 길 각계 쓴소리

우리 사회의 원로 리영희 선생의 글로 ‘야! 한겨레’를 맺는다. 선생의 몸이 불편해 <한겨레> 유신재 기자가 말씀을 받아 정리했다.

많은 사람들이 시대 상황이 변했는데 <한겨레>는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내 생각은 그렇지 않다. 중국의 성현은 “불변으로 변화에 응한다”는 말을 남겼다. 일관된 원칙이 있어야 객관적 상황의 변화에 가장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예상못한 주제에 관심을

창간 이래 한겨레는 불변의 이념과 목적 의식이 확고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 큰 변화를 일으켰고, 앞으로도 이 원칙에 따라 자신이 그동안 변화시킨 사회를 맞이해야 한다. 한겨레가 지금까지 지켜온 불변의 원칙을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민주주의와 인권, 강자의 폭력에 맞서 약자의 벗이 되어주는 자세, 남북의 화해와 평화, 제국주의적 패권주의에 대한 반대, 세계 평화와 군축이다. 또 이 덕분에 우리 사회의 민주화가 진전됐고, 남북 문제가 이만큼 트였으며, 평화주의·반전·반패권에 대한 국민 의식이 높아질 수 있었다.


그러나 한겨레가 창간할 때 미처 예상하지 못했거나 충분히 인식하지 못했던 몇 가지 주제가 있는데, 이것들에 대한 대응에 힘써야 한다. 하나는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생태·환경 문제다. 다음으로 미국식 체제와 자본주의적 무한이익 추구를 동기로 하는 신자유주의의 폐해에 대해, 한겨레는 국민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우리 사회가 대응능력을 결집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셋째, 창간 당시에는 이른바 진보세력의 타협 없는 투쟁이 사회 변혁의 원동력이고 주체였지만, 이젠 좀더 제도화한, 좀더 현대적인 철학과 방법으로 사회를 변혁시켜 나갈 시민사회의 자발적 단체가 사회·역사 변혁 세력의 중심이 돼야 한다. 한겨레는 앞으로 이런 세력의 든든하고 믿음직한 언론이 되어야 할 것이다.

다만 주의할 점은, 한겨레가 약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원칙을 지켜야 하지만 어떤 이해관계 때문에 사익 추구 형태로 나타나는 운동들의 옹호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부자나 권력자들로부터 “정말 공정하게 약자 문제를 다룬다”는 존경을 받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최근 드러나기 시작한 노동조합의 부패와 패권주의를 한겨레가 먼저 파헤치고 외과적 수술을 가하지 못한 것은 큰 실책이다.

약자옹호 원칙 속에서도…

또 한가지 요즘 국제적 갈등을 다루는 기사들을 보면, 한겨레를 만드는 젊은 세대들이 지나치게 민족을 내세우면서 편협하고 배타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이웃 나라와 이웃 겨레와의 관계에서 상대의 부정적 측면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나머지 우리나라, 우리 겨레가 마땅히 반성해야 할 결함에 대해서는 소홀히 다뤘다. 한겨레가 자민족 중심의 관점에서 벗어나 좀더 보편적인 가치와 사고 방식에 충실해지기를 바란다.

끝으로 한겨레는 그동안 목소리가 너무 높았는데 목소리는 좀 낮추고 알맹이를 채우는 데 더 힘을 쏟았으면 한다. 내용이 알차면 목소리는 낮아도 된다. 목소리가 아닌 알맹이로 신문 자체의 성실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17년, 결코 짧지 않은 시간입니다. <한겨레>는 5월15일 창간 17돌을 맞습니다. ‘곧 망할 신문’이란 저주를 들으며 벌써 17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진보언론계 일각에서 <한겨레>와 분명한 선을 긋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시간이 지났습니다.

되돌아봅니다. 국민이 만들어준 신문임에도 국민의 목소리에 제대로 귀 기울이지 못했습니다. 늘 ‘진보언론’을 말해왔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한겨레> 스스로가 강해져왔는지 의문입니다. 깊이 반성합니다.

<한겨레>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에 관한 각계 인사 열 분의 제안을 5월3일부터 차례로 싣습니다. 한겨레를 사랑하는, 아니 한겨레에 대한 애정을 여전히 간직한 모든 네티즌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야!한겨레’에 대한 댓글도 좋고, 네티즌 여러분의 독자적인 비판의 글도 좋습니다. 보도태도에 대한 비판과 제언을 통해 한겨레를 꾹꾹 밟아주시기 바랍니다. 네티즌 여러분 글의 하한선은 원고지 5매입니다. 상한선은 없습니다. 여러분의 쓴소리를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보리밟기’로 아로 새기겠습니다. 겸허히 새겨들으며 ‘제2창간’의 각오를 다지겠습니다.

네티즌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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