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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18 20:23 수정 : 2006.02.21 18:32

영어에 ‘강도 귀족’(로버 배런스)이라는 말이 있다. 중세 유럽에서 통행세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영지를 지나가는 여행자를 약탈하던 귀족들을 그렇게 불렀다고 한다. 이 말은 19세기 후반 미국에서 새로운 의미를 덧붙인다. 산업화 과정에서 엄청난 부를 쌓은 기업가들이 그렇게 불리면서부터다. 노동자들을 무자비하게 착취해 호사스런 상류생활을 하는 그들에게 그 ‘악명’을 붙여준 것이다.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 스탠더드오일의 존 록펠러, 철도왕 윌리엄 밴더빌트 등이 미국판 강도 귀족의 대표적인 이름들이었다. 이른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모범으로 꼽히는 이들이 한때는 그런 악명을 달고 있었다. 카네기 재단, 록펠러 센터, 밴더빌트 대학 등을 설립하며 이들이 내놓은 천문학적인 기부금은 그런 악명을 자선 사업가의 ‘명망’으로 바꾸는 데 든 비용이었던 셈이다.

삼성이 최근 화제가 된 고려대뿐 아니라 연세대·서울대·이화여대·카이스트에도 수백억원의 기부금을 낸다고 한다. 대학만이 아니라 문화 복지등 각 분야에 삼성이 내는 기부금 규모는 단연 국내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4716억원을 내놓았다. ‘기업의 사회공헌’은 이제 국내에서도 일류 기업이 마땅히 갖춰야 할 덕목으로 자리잡고 있다. 기업은 이제 경제적·법적·윤리적 책임에 이어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한다.

‘고려대생 소동’을 둘러싼 최근의 논란은 기업의 사회 공헌을 어떻게 볼 것이냐는 논란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나눔 경영’ ‘기업의 사회 공헌’ 모범을 취재하러 미국을 찾아간 한국 기자에게 했다는 반도체 회사 인텔 쪽의 대답은 의외로 명쾌하다. “미국 기업들의 한 해 기부금 총액은 100억달러를 넘지만 사회적 의무를 다하기 위해 자선 사업을 벌이는 것은 아니다. 좀더 큰 상업적 성공을 위해 철저한 목표 설정과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전략적 경영을 하는 것일 뿐이다.”

지영선 논설위원 ys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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