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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19 18:40 수정 : 2005.05.19 18:40

1997년 대통령 선거에서 김대중 후보가 당선된 것은 87년과 92년 대선의 패배를 교훈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김대중 후보와 그의 참모들은 87년엔 분열로, 92년엔 지역 대결 구도 때문에 졌다고 결론짓고, 이른바 ‘디제이피(김대중-김종필) 연합’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20~30대를 겨냥해 정치에 문화 코드를 접목시켰고, 홍보 전문가들을 선거 캠프에 참여시켰다. 캠프에는 “정권 교체가 최고의 개혁”이라는 이론가, “이번 선거에 목숨을 걸겠다”는 전략가들이 모여 있었다.

이들의 아이디어와 열정은 대부분 ‘두 차례의 참혹한 패배’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었다. 이들은 2002년 대선에서도 노무현 후보의 핵심 참모로 활약했다.

한나라당은 97년과 2002년 두 차례의 대선에서 패배했다. 박근혜 대표는 최근 “나라를 위해서도 세 번 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한나라당은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 대표는 강재섭, 맹형규 의원 등이 주도하는 ‘국민 생각’의 의견을 대체로 받아들인다. 이들은 ‘합리적 보수주의’를 자처하는 사람들이다. 국가보안법 법사위 상정, 과거사법 타협안 통과 등은 이들의 작품이다. ‘발목잡는 정당’의 인상을 지우겠다는 것이다.

홍준표 의원의 국적법 개정안을 비롯해 법안과 정책 대안 제출도 최근 부쩍 활발하다. 이회창 후보를 겨냥했던 병역 비리 등 ‘3대 의혹 사건’에 대해 김무성 사무총장이 특검을 요구하는 배경에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2007년 대선에서 또 당할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다. 언제부턴가 각종 직능단체 행사에는 여당인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아니라 한나라당 의원들이 꼬박꼬박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박근혜 대표는 18일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광주 5·18 기념식에 참석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당의 이런 분위기를 “대선에서 두 번이나 진 이유를 이제야 좀 알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열린우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한나라당은 이미 2007년 대선을 향해 조직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며 “무섭다”고 말했다.

객관적인 조건도 한나라당 쪽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연초에 풀리는 기미를 보였던 소비 심리는 다시 꽁꽁 얼어붙고 있다. 2002년 대선의 분수령이었던 40대 연령층은 ‘반노무현, 반열린우리당’으로 확실히 돌아섰다. 지난 13~14일 <한겨레>가 의뢰한 여론조사에서, 40대 응답자들은 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 30.3%가 ‘잘하고 있다’, 67.0%가 ‘잘못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전체 응답자들은 ‘잘하고 있다’ 37.8%, ‘잘못하고 있다’ 58.3%였다.


사정이 이런 데도 열린우리당 안에서는 이른바 개혁파와 실용파의 싸움박질이 한창이다. 전략도 없고 감동도 사라진 지 오래다. 2007년 대선도 어쨌든 이기지 않겠느냐는 요행 심리만 있는 것 같다. 당 주변에서는 “87년과 92년의 피눈물을 벌써 잊었다”거나 “10년도 안 됐는데 30년치 기름기가 끼었다”는 말을 쉽게 들을 수 있다.

물론 2007년 대선 결과를 지금부터 예측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 대통령 선거 2년 전 해에는 큰 정치적 사건이 터졌다. 85년엔 신민당 돌풍, 90년엔 3당 합당, 95년엔 최초의 단체장 선거, 2000년엔 남북 정상회담이 있었다. 올해도 2007년 대선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개헌도 중대한 변수다. 그러나 지금 두 당의 자세를 비교해 보면, 확실히 한나라당 쪽에 더 가능성이 있다. 선거는 요행이 아니라 과학이다.

성한용/ 정치부 기자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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