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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19 18:50 수정 : 2005.05.19 18:50

조선희/ 소설가

할리우드 갱영화가 태평양을 건너면 한국 특유의 조폭영화가 된다. 우리 조폭영화는 세계 어디에도 없는 독특한 관습적 장치를 가지는데, 뭐냐하면 두목이 부하들을 세워놓고 군기 잡는 장면이다. 두목이나 부하나 ‘이게 웬?’ 하는 뜨악한 구석이 없다. 때리고 맞는데 아주 호흡이 척척 맞는다. 고교와 군대를 거치면서 이미 익숙해진 ‘시추에이션’이라서일까.

새디즘과 매저키즘은 누구나 본능 깊숙한 곳에 들어있다. 다만 법과 이성의 기치 아래 문화가 그것을 억압하면서 ‘금지된 장난’이 됐을 따름이다. 조폭영화의 유행은 일면 우리사회의 권위주의 지수를 말해준다. 힘에의 의지는 기본 욕망의 하나지만, 지나치게 힘 관계에 집착하고 열중하면 권위주의다. 군림하려는 사람도, 복종하는 사람도 권위주의이긴 마찬가지다. 자본주의사회가 탐욕을 부추기고, 중세적 억압이 쉬이 슬퍼하고 감동하는 단순무지한 사람을 만들어내듯, 특정한 시대와 사회가 권위주의를 가르치기도 한다. 한국사회는 봉건-식민-군사정권을 거쳤고, 정치권력의 성격으로 볼 때 권위주의 시대는 이미 물러갔다. 하지만 대물림하는 권위주의 문화가 물러간 건 아니다. 후배폭행으로 구속되면서 “나도 선배들한테 맞았어요.”라고 말하는 개그맨을 보면서 우리는 깜짝 놀란다. 하지만 그가 대략 군사정권 시대에 교육 받은 교사와 부모 밑에서 성장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놀랄 것도 없다.

에리히 프롬은 권위주의 연구에 많은 업적을 남겼다. 1930년, 그는 당시 소수당이었던 히틀러의 나치가 과연 정권을 잡을까, 대중이 결정적인 순간에 저항할까를 예측하고자 권위주의에 관한 조사를 했다. 조사결과 10%가 권위주의적 성격, 15%가 민주주의적 성격으로 나타났고 나머지 75%는 혼합형이었다. 여기서 그는 15%가 나치에 대항하지만, 나치 신봉자가 되는 10%가 권위주의 성향이 잠재해있는 나머지를 조직해낸다고 보았다.

독자들도 한번 자신의 권위주의 지수를 테스트해보기 바란다. 이 테스트는 프롬의 책들을 참고로 필자가 임의로 작성했으며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씨의 감수를 거쳤음을 밝혀둔다. 권위주의 지수가 높게 나타나면 자신이 바로, 멀쩡히 초현대식빌딩에서 근무하다가 느닷없이 “내 밑으로 다 옥상에 집합해!”라고 말하는 그 사람이며 또 선배가 오란다고 대책 없이 옥상으로 올라가는 그 사람이기도 한 것이다. 이 사람은 또한 정치적으로 불안한 시기가 되면 파시즘에 한 표를 던질 수도 있다.

1 나는 알렉산더대왕, 나폴레옹, 박정희, 이순신을 존경한다.

2 나는 슈바이처, 세익스피어, 베토벤, 박경리를 존경한다.

3 나는 갱영화와 액션영화를 좋아한다

4 나는 멜로영화와 코미디를 좋아한다.

5 나는 어떤 사람을 보면 출신학교와 출신지역이 궁금하다.

6 나는 낯선 곳을 여행하기를 좋아한다.

7 유명 브랜드의 옷은 비싸도 살 만하다.

8 외관이 허름해도 음식이 맛있는 식당에 간다.

9 대통령이 쌍거풀수술 하다니 부끄러운 일이다.

10 대통령이 쌍거풀수술 하다니 참신하게 느껴진다.

(테스트방법: 자신에 해당하는 번호에 o표를 한다. 홀수번호는 +1, 짝수번호는 -1로 집계한다. 5점: 권위주의 정도가 병적인 수준으로 의심 됨. 4~3점: 권위주의 인간형. 2~1점: 권위주의 성향이 농후함. 0~-2: 권위주의가 잠재해 있음. -3~-4점: 민주주의 인간형.-5점: 예술적 경지의 민주주의 인간형.)

조선희/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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