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5.19 18:52
수정 : 2005.05.19 18:52
지난 16일 남북철도·도로 환경생태 공동조사단을 이끌고 비무장지대 내에서 경의선 사후영향을 조사하던 중, 방치되어 있는 대규모 시설들을 여기저기에서 발견했다. 미군들이 떠난 기지였다.
비무장지대는 철도복원과 도로건설에 따른 환경생태 문제에 이어 미군이전 기지활용 문제가 새로운 현안으로 등장하고 있다. 파주 비무장지대 내 미군이전 기지를 활용하는 문제를 놓고 정부와 지역주민 사이에 첨예한 갈등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미군이 떠난 부지를 민간에 팔아서 재원을 확보하고 싶어한다. 새로운 미군시설을 마련해 주는 데에 소요되는 비용을 충당해야 되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주민들은 공원과 같은 지역 시설로의 개발을 원한다. 그 동안 통제를 받아온 지역이기 때문에 이제는 주민의 편의를 위한 이용이 허용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근에 미군이 떠난 필리핀의 클라크 기지에서 심각한 환경성 질병이 발생되어 국제적인 문제가 된 바 있다. 환경오염의 위험성에 대한 충분한 조사를 통한 확인도 하지 않고 개발을 진행해 큰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똑같은 잘못이 우리나라 DMZ 내에서 되풀이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때이다. 이를 위한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정밀 환경생태조사를 실시하자. 선-환경생태조사, 후-활용 방안모색의 순서로 추진되어야 한다. 어떠한 유해화학물질이 기지내 토양 속에 얼마나 오랫동안 함유되어 있는지도 모르는 가운데, 토지의 겉모습만 두고 활용방안을 논의해서는 안 된다. 기지 내에서의 토양오염은 기지 자체뿐만 아니라 인접지역의 토양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인체는 물론, 동ㆍ식물 생태계에 미칠 장기적이며 만성적 영향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중금속 오염을 비롯해 제초제에 의한 영향, 지뢰의 산화에 의한 영향, 생화학물질에 의한 영향 및 기름유출에 의한 영향 등이 인체와 동·식물의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들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비무장지대의 종합환경관리계획에 맞추어 추진하자. 비무장지대의 종합환경관리계획이 마련되기 전에는 어떠한 형태의 개발계획도 자제되어야 한다. 미군기지 시설이 민간에 팔릴 경우, 비무장지대에서의 난개발은 명약관화한 일이기 때문이다. 절대로 보전되어야 할 지역과 지속가능한 이용이 허용되는 지역이 제도적으로 구축될 때까지는 부분적인 개발 계획에 대한 논의가 있어서는 안 된다.
셋째, 구체적인 환경생태 복원대책을 수립하자. 미군 이전기지의 복원방법은 궁극적으로 비무장지역의 생태적 맥락에서 해법을 찾아야 할 문제이다. 생태복원이란 훼손지역의 토양을 회생시키고 원래 살고 있던 동·식물군락을 회복하는 노력을 말한다. 따라서 복원은 비무장지대를 둘러싼 토지윤리를 실제로 가시화하는 작업이다. 여기에는 토양복원뿐만 아니라 지형복원, 식생복원, 수문복원, 동물서식 및 이동환경의 복원 등이 포함된다.
미군 이전기지의 활용을 둘러싼 여려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비무장지대의 미래에 대한 충분한 배려가 없는 활용에 관한 의사결정은 시도되어서는 안된다. 이는 현재 추진되고 있는 비무장지대의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 세계유산 그리고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람사협약”에 의한 람사습지로의 지정 등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무장지대 미군 이전기지의 활용은 다른 지역에서 이전되는 군사시설의 활용과는 달라야 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김귀곤/ 서울대 교수·환경생태계획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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