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5.22 17:26
수정 : 2005.05.22 17:26
한국사회를 한마디로 말하면? 코미디다. 그럼 코미디를 보면 한국이 보이겠네.
최근 방송 코미디계에 두 가지 큰 사건이 있었다. ‘노예계약 파문’과 ‘선후배 폭행 사건’. 전자는 대화가 통하지 않는 노와 사의 관계를 보는 듯하고 후자는 아직도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군기’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듯하다.
박승대 사장은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코미디언 시절의 그를 떠올리면 심형래와 함께 등장하던 곰이 연상된다. 그의 유일한 유행어는 “멀미 안녕~~”. 미련퉁이 곰인 박승대가 어떻게 조련사의 위치에 오르게 되었는가?
신문마다 그를 대서특필하고 방송에선 다큐멘터리까지 찍었다. 모 재벌그룹에선 신년 특별강사로 모셔가기까지. 그런데 인기가 시들기도 전에 그가 애지중지 키우던 동물들이 우리 밖으로 뛰쳐나가며 조련사를 힐난하는 사건이 터졌다. ‘우리는 노예처럼 팔려왔어요.’ ‘15년 동안 동물원에서 있어야 하나요? ’
조련사는 화가 났다. ‘아니 누구 때문에 지들이 무덥고 위험한 밀림에서 벗어나 편안한 동물원에서 관람객들이 던져주는 과자를 먹으며 안전하게 살 수 있는데 이제 와서 나를 비난하다니…. 배은망덕한 놈들….’
동물들도 할말이 있었다. ‘우리를 키워준 건 고맙지만 언제까지 우리를 가둬두려 하느냐. 우리에게 자유를 달라.’ ‘인기에 걸맞게 대우해 달라.’
서로 마주 향해 달리던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 그런데 코미디의 묘미는 반전이라고 했던가. 하루아침에 극적 타결을 이뤄내며 언론에게 화살을 돌렸다. 그러나 진정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일까? 코미디의 해악은 웃음으로 모든 걸 덮어버린다는데 있다.
선후배 폭행사건이 터졌을 때 남자라면 모두 군대 생각을 했을 것이다. 한번쯤 맞아보고 때려 봤던 그 시절. 독버섯처럼 남아있던 개그계의 폭행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확실히 사라질 전망이다. 그러나 정말로 폭행이 사라질까?
아직도 우리 한국사회에는 폭행이 존재한다. 정치계도 ‘군기’를 잡고 언론계도 ‘군기’가 남아있고 학생이나 선생끼리의 ‘군기’도 엄연히 존재하고 직장에도 나름대로의 ‘군기’가 통제 역할을 한다.
알다시피 군기란 ‘군대의 규율과 풍기’를 말한다. 그런데 왜 사회에서 군기가 필요한 걸까? 대한민국이 아니라 대한민군이란 생각이 든다.
선배가 ‘까라면’ 후배는 까야 한다는 위험한 생각이 존재하는 한 폭행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후배를 때린 깜빡이도 사실 후배시절 제일 많이 맞았는데 그 맞을 때의 고통을 ‘깜빡’하고 잊어버려서 후배를 때리는 잘못을 저질렀다. 마대전자로 뜬 인기가 마대자루로 날아갔다. 두 사람도 극적 반전처럼 화해를 했지만 진정한 화해를 위해서 한가지 제안을 한다. 콤비로 ‘선후배’란 코너를 만들어서 삐뚤어진 선후배 관계를 풍자하는 건 어떨까? 아직도 우리 사회는 정말 코미디야 코미디.
신상훈/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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