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5.24 20:46
수정 : 2005.05.24 20:46
일본이 흔들리고 있다. 작년 니가타에서 큰 지진이 일어나 많은 인명 피해를 내더니 지진에서 조금 안전하다던 큐슈 지역까지 큰 지진이 발생하여 일본은 어느 곳 하나 안심할 수 없게 흔들리고 있다. 그런데 일본 열도의 지축이 흔들리는 것과 함께 일본을 이끌어 가는 여러 중심도 함께 흔들리고 있다.
한 피디의 자금 횡령에서 촉발된 공영방송 NHK 문제는 국민들의 자발적인 시청료 거부 움직임으로 이어졌으며 이에 전횡을 일삼던 에비사와 회장을 물러나게까지 만들었다. 일본인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던 ‘NHK 홍백가합전’은 최고 81%까지 기록했던 시청률이 근래에 들어 점점 떨어져 2004년 12월 31일 제55회에서는 39.3%로 최악의 시청률을 나타나기에 이르렀다. 국민 팀이라고 일컬어지는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인기도 예전만 못한 느낌이다. 올 들어 성적이 신통치 못한데다가 항상 높은 시청률을 보이던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한신 타이거즈의 올 첫 맞대결 중계방송도 8.9%의 낮은 시청률을 보였다. 정치를 이끌어가는 자민당도 점점 신뢰를 잃고 있다. 정치에 대한 불신은 어디든 마찬가지겠지만 마이니찌신문이 실시한 여론 조사를 보면 자민당에 대한 지지율이 25%를 기록하여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집권 후 최저 기록을 나타냈다.
이렇게 일본은 여러 면에서 중심이 흔들리고 있다. 이는 천황제를 제외한 일본의 모든 것이 흔들린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이 일본의 침몰이나 쇠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일본이 흔들리고 있다기보다는 조금씩 조금씩 세계화 시대에 점진적으로 적응해나가는 일본 특유의 모습이라 할 것이다. 그렇지만 기득권층은 아직도 그런 변화에 둔감한 듯하다. 안으로는 개혁을 외치면서도 빠른 시대의 변화에는 오히려 신민족주의적인 생각으로 대처하는 이율배반적인 행동을 나타내고 있으니 말이다. 국경 문제와 역사교과서 문제 등 민감한 쟁점을 끄집어내어 동북아 공동체에서 홀로 우뚝 서려고 하는지 이웃으로 저으기 걱정된다. 시대가 변했음에도 예전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기득권층과 그런 모순을 스스로 변화시키며 적응하는 국민들의 힘은 어찌 보면 상반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모른다. 왜 모두 변하려 하는데 스스로는 변하려 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만 변화시키려 하는가. 자신이 변하면 세상의 반이 변하는 것을 왜 모르는지…
김호연/도쿄대학 외국인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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