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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25 20:26 수정 : 2005.05.25 20:26

경제·군사 강대국인 미국은 동시에 세계 최대의 채무국이기도 하다. 게다가 지금도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빚을 얻고 있다. 한해 7천억달러 이상이다. 훨씬 더 놀라운 사실은, 미국 지도부가 이런 빚내기를 문제로 인식조차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미국의 수입은 수출보다 더 많다. 올 1분기 1700억달러를 웃돈 무역수지 적자는 연간으로는 7천억달러(미국 국내총생산의 약 6%)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년 동안 쌓인 미국의 빚은 3조달러가 넘는다. 미국 경제 규모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지금처럼 계속 빚을 얻는다면, 외국에 갚아야 하는 미국의 순채무는 5년 안에 국내총생산의 절반을 넘을 것이고, 10년이 지나면 그보다 많아질 것이다. 오래 지속될 수 없는 길이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문제를 보려 하지도 않는다. 행정부 고위관료들은 해외 차입이 미국 경제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신뢰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는 반쪽 이야기다. 1990년대 말, 달러 가치는 거품을 만들 만큼 미국 주식을 사들이는 데 열중한 외국 투자자들에 의해 지탱됐다. 그러나 주식시장 거품 붕괴와 함께, 해외 투자자들은 파산했거나 아니면 한층 영리해졌다. 지금은 해외 투자자들이 달러 가치를 지탱하고 있는 게 아니다. 자국의 수출시장을 지키려는 외국 중앙은행들이 그러고 있다. 일본·중국·한국 등의 중앙은행들이 자국 통화에 대한 달러의 가치를 높게 유지하기 위해 수천억달러어치의 금융자산을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미국에서 이들 국가의 수출품 가격을 낮추게 하는 효과가 있다.

이 현상은 정말로 매우 주목할 만하다. 이들 국가의 정부는 자국 상품을 사달라고 미국 국민들에게 효과적으로 돈을 내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런 구조는 대체로 양쪽 모두를 위해 작동하고 있다. 미국 소비자들은 동아시아 중앙은행들이 효과적으로 보조하는 값싼 수입품에서 이득을 본다. 반면 동아시아 국가들로서는 대미 수출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는 데, 특히 중국은 경이적인 성장 가도를 달리는 데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이 구조는 어느 시점에서는 멈출 것이다. 국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미국의 채무 수준이 매우 높다고 널리 인식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국제 투자자들이 다른 자산을 사들이기 위해 달러 자산을 내다파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아니다. 또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면 일본이나 중국 정부, 아마도 한국 정부도 이런 상황을 촉발시킬 수 있다. 다만 이들이 당장 미국에 공공연히 맞서지는 않을 것 같다.

좀 더 그럴듯한 시나리오는 어느날 이들 국가의 지도부가 수출시장 유지를 위해 미국 소비자들에게 더이상 비용을 댈 필요가 없음을 깨닫는 것이다. 이들 국가는 자국 수출품을 사려는 곳이 있다면 굳이 미국만이 아니라 어디서나, 더나아가 차라리 자국 소비자들에게 이 비용을 치를 수 있다. 언젠가는 동아시아 국가들이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창조적 조합을 통해 국내 수요를 창출할 수 있음을 깨달을 것이다. 그 때, 이들 국가는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의 소비를 보조하는 행위를 중단할 것이다.

이는 달러 가치 급락과 이에 따른 물가 상승과 생활수준 하락을 미국에 가져올 것이다. 미국이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다면, 금융시장 거품 붕괴 이후 일본이 경험한 것과 맞먹는 장기간의 경기침체를 겪을 수도 있다. 결국 문제는 흥청망청한 미국의 빚내기 잔치에 동아시아가 얼마나 더 음식을 제공할 것이냐 하는 점이다.

딘 베이커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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