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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31 17:24 수정 : 2005.05.31 17:24

과중한 빚을 지고 신용회복위원회를 찾은 사람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20여개나 되는 금융기관의 채무를 이자까지 꼼꼼히 적어 다니는 사람도 간혹 보았지만, 아쉽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인 채무가 얼마나 있는지조차 몰라 본인 채무를 알아봐 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일상적이다.

이율이 어떻게 되는지, 보증을 섰다가 잘못되면 어떻게 되는지조차 잘 알지 못하면서 어떻게 막대한 돈을 빌리거나 보증을 설 수 있었는지 의아할 때가 많다. 이는 금융기관의 무분별한 대출에도 문제가 있지만 성인이 될 때까지 제대로 된 금융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 막상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서 부딪치게 되는 가장 중요한 문제가 돈 문제라는 것을 우리 스스로 너무나 잘 알면서도 돈에 관한 이야기는 접어둔 채 영어와 수학을 잘하는 사람을 최고로 대접해 온 것이 우리 교육의 현실이다. 학교는 물론이거니와 가정에서조차도 자녀들에게 돈을 어떻게 써야 하고 어떻게 벌어야 하는지 가르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중·고등학교에 나가 신용관리 교육을 하면서 전화요금이 얼마 나오냐고 물어보면 “몰라요. 제가 돈 안 내는데요”라고 대답을 한다. 휴대폰 있는 학생은 많지만 예금통장 가지고 있는 학생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 학생들의 현주소다. 그러나 이들도 언젠가는 성인이 될 것이고 사회생활을 하게 될 것이다. 사회생활은 곧 경제활동을 하는 것이고 경제활동은 바로 신용이 담보되어야 가능한 것이다.

정부와 각계각층의 노력으로 과다연체자 문제는 진정 국면에 들어서고 있지만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일반인들은 물론, 학생들에게도 미리 돈에 대해 제대로 가르쳐야 할 것이다. 신용은 햄버거처럼 순식간에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우려내야 하는 곰국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각자의 노력도 중요하겠거니와 돈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이 확립될 수 있도록 유년기부터 성년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이 철저히 이루어져야겠다.

이현규/신용회복위원회 선임심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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