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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31 19:37 수정 : 2005.05.31 19:37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문제를 둘러싼 중일간의 갈등이 막바지에 들어서고 있다. 지난 5월23일 일본을 방문중이던 중국의 우이 부총리가 당일 아침 돌연히 고이즈미 총리와의 회담 일정 취소를 일방적으로 통고하고 귀국했다. 정상과의 회담이 직전에 취소되는 것은 외교적으로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당초 취소 이유로 “긴급한 공무”를 들었으나 이후 중국정부는 공식적으로 “야스쿠니 참배에 관련한 일본지도자의 일련의 언동”을 이유로 밝혔다. 야스쿠니 문제에 관해서는 한 치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강한 태도 표명이다. 일본 정부는 “외교적 결례”에 대한 “불쾌감”을 표명했지만 충격과 당혹감이 역력하다.

중국정부는 작년 11월 칠레 산티아고 아펙(APEC) 회의시 후진타오 주석이 고이즈미 총리와 만나 야스쿠니 참배와 대만문제에 대해 직접 언급한 결과, 고이즈미 총리로부터 일정한 “언질”을 받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그 이후 고이즈미 총리가 야스쿠니 문제에 대해 “적절히 대응하겠다”는 표현을 씀으로서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은 2001년 이후 중단되고 있는 중일 정상의 상호방문을 재개하는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첫 단계였던 우이 부수상의 방일 전날인 16일 고이즈미 총리는 “언제 참배하는지는 적절히 대처한다”고 말을 바꾸기 시작했다. 후진타오 주석 자신이 직접 정상회담에서 얻어냈다고 간주한 외교적 약속이 무너진 것이다.

야스쿠니 문제를 둘러싼 고이즈미 총리의 “약속위반”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1년 10월 상하이 아펙 회의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고이즈미 총리로부터 “야스쿠니를 대신할 추모시설을 검토하겠다”는 “약속”을 얻어낸 적이 있다. 그 해 12월에 후쿠다 관방장관이 사적간담회를 설치해서 다음해에 비종교의 국립위령시설 설치를 제안하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고이즈미 총리가 이 제언을 사실상 무시함으로써 보고서는 잊혀진 존재가 됐다. 그 이후 국내외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매년 참배를 강행해 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검토”는 했으니까 약속은 이행했다고 강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외교적으로는 불신감을 증폭시키는 언동이다. 이같은 외교적 “약속”의 존재는 일본내에서는 별로 보도되지도 않고 있다. 작년 7월 제주도에서의 한일정상회담 때에도 노무현 대통령이 공동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총리의 약속”을 환기시킨 적이 있었지만, 당시 언론들은 “임기중에 역사문제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반쪽 이야기만이 크게 보도됐다. 역사문제의 일반적 문제제기와 더불어 이러한 사실의 적극적 홍보도 외교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왕이 주일 중국대사는 1986년이래 중일간에 “수상 외상 관방장관은 야스쿠니에 참배하지 않는다”는 “구두(口頭) 신사협정”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일본정부는 즉각 부인했지만 1985년의 나카소네 총리의 공식참배로 문제가 되었을 때, 중일사이에 일정한 논의와 처리가 있었음을 짐작케 한다.

일본 여론도 고이즈미 총리의 막무가내 외교에 불안감이 증대되고 있다. 정계에는 강경론이 비등하지만 이번주에 잇달아 발표된 언론사들의 여론조사에서는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 반대가 절반을 넘어섰다. 일본 국민들이 외교적 고립을 피부적으로 보다 정확히 느끼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종원/ 일본 릿쿄대 교수·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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