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권은 족히 될 방대한 내용의 유럽헌법안은 전문과 네 부문, 그리고 다섯 가지 기록서와 세 가지 설명서로 이뤄져 있다. 59개 항으로 된 1부는 유럽연합의 ‘정의와 목적’에서부터 권한·제도·재정 등 통치기구를 규정한다. 2부는 2000년 니스에서 이미 채택된 ‘유럽연합 기본권헌장’이다. 유럽연합과 회원국 사이의 권한행사를 규율해 가장 복잡한 제3부는 자그마치 342개 조항으로 구성되었다. 그 기본 원칙은 ‘제한적 개별수권 원칙’이다. 유럽연합에 귀속된다고 명시되지 않은 모든 권한은 회원국에 유보된다는 것이다. 또 회원국 의회는 유럽연합의 입법 행위에 사전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정치적 사전 경보장치’도 마련됐다. 10개 항으로 된 4부는 일반규정과 최종규정을 담았다.
다른 부분이 유럽의 정치통합을 위한 기술적 규정이라면, 2부 기본권헌장은 유럽이 통합을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인간의 존엄’과 ‘자유·평등·정의·연대’의 정신을 담고 있다. ‘무료 직업 알선을 받을 권리’ ‘예방의료에 접근할 권리’에 이르기까지 프랑스 헌법이나 미국 헌법에서 성큼 더 나간 인권의 확대로 평가받는다. 이 원대하고도 복잡한 유럽의 꿈이 어떻게 실현의 길을 찾아갈지 지켜볼 일이다.
지영선 논설위원 ys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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