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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6.01 21:30 수정 : 2005.06.01 21:30

40년 넘게 팔레스타인 독립 투쟁을 지휘했던 야세르 아라파트가 숨진 이후, 마무드 아바스 새 자치정부 수반이 팔레스타인을 이끈 지 5개월이 됐다. 그동안 새로운 시대에 대한 기대와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수립을 둘러싼 논의는 무성했지만, 팔레스타인인들의 현실에는 ‘밝은 소식’과 ‘어두운 소식’이 교차하며 날아들고 있다.

아라파트 시대가 끝난 뒤 지난 1월 아바스가 순조로운 선거를 통해 62%의 지지율로 새 자치정부 수반으로 선출되고 최근까지 지방선거도 자유롭고 질서있는 분위기 속에서 치러지는 등 팔레스타인 사회는 한발씩 전진하고 있다.

지난 3월 팔레스타인 나자대학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61.5%는 부정부패를 퇴치할 그의 능력을 신뢰했으며 51.1%는 빈곤과 실업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하는 등 아바스 시대에 대한 기대와 신뢰는 상당히 높다. 그러나, 거리에 난무하는 무기 문제에 대해서는 42.5%만이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했고, 정부의 정실인사가 해결될 것이라고 답한 이들도 39.2%뿐이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최근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의 지방선거에서 무장단체인 하마스가 거둔 큰 승리를 ‘테러리즘의 승리’라고 여기지 않는다. 대신 하마스가 무장저항에서 정치 활동으로 나아가는 민주적인 절차로 보고 있다. 이스라엘의 하마스에 대한 비난에도 불구하고, 팔레스타인인들은 하마스의 승리가 지하드와 알아크사순교자여단 등 다른 무장단체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총알’ 대신 ‘투표’로 방향을 바꾸게 만들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이달 초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하마스가 승리하자 집권 파타당이 일부 지역의 결과에 문제를 제기해 법원의 재선거 명령을 얻어냈고 하마스가 이를 거부하면서 가자지구엔 긴장감이 감돌면서 폭력사태까지 예고되고 있다.

휴전에 대한 이스라엘 정부의 불확실한 태도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지난 3월17일 팔레스타인의 13개 무장단체들은 올해 말까지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멈추고 휴전하겠다고 이례적으로 선언했다. 그러나,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는 아바스가 먼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을 무장해제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무장단체들은 이스라엘이 먼저 8000여명의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을 풀어줘야 한다고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휴전은 언제 깨질지 모르는 위험한 상태다.

최근 가자지구에선 하마스 조직원이 이스라엘 군의 총에 맞아 숨지자 하마스가 이스라엘 정착촌을 향해 로켓을 발사하는 등 불안한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지난달 일본과 파키스탄을 방문했던 아바스는 “매우 작은 충돌”이 새로운 대규모 폭력사태로 발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00년 9월 시작된 2차 인티파다(이스라엘에 대항하는 팔레스타인 민중봉기) 이후 이미 2361명의 팔레스타인인과 875명의 이스라엘인이 숨졌다.

샤론 총리는 가자에서 21개의 이스라엘 정착촌을 철수하겠다는 일방적인 계획을 선전하고 있다. 그렇지만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 철수안을, 좀더 중요한 요르단강 서안에 식민 정착촌을 건설하고 더 큰 영역을 차지하려는 계략으로 보고 있다. 샤론 총리는 또한 가자지구의 영공과 국경, 해안선 통제권은 계속 이스라엘군 관할 아래 남아 있을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스라엘은 예루살렘과 난민, 국경, 수자원 등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과 관련된 모든 협상에서 어느 한 가지도 양보하지 않고 있다. 팔레스타인이 요구하고 있는 것은 지난 수천 년 동안 살아온 지역 중 22%밖에 안되는 가자지구와 서안, 동예루살렘에서 국가를 건설하려는 작은 소망일 뿐이다.


아드난 무살람/팔레스타인 베들레헴대학 인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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