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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6.03 13:27 수정 : 2005.06.03 13:27

‘6월 위기설’이 나도는 가운데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회담의 주 안건은 현재의 전쟁위기 잠재우기와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작전계획 5029,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가능성이 좀 낮지만 동북아 균형자론 등일 것이다.

이들 모두가 우리의 죽고 사는 문제와 직결된 것으로 자칫 잘못하면 우리 민족의 운명이 좌우될 내용이다. 앞의 둘은 우리 남과 북의 단기적 생존 문제고 뒤의 둘은 장기적 생존 문제다. 앞의 두 문제에 대한 원칙은 이미 로스앤젤레스 선언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제시했다. 북에 대한 무력, 봉쇄, 붕괴시도 등의 불가와 안전보장 제공 및 개방개혁 지원으로 핵폐기를 이루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하고 불가피하면 미국과도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다는 원칙이다.

북의 긴박한 사태를 빌미로 군사 개입한다는 ‘작전계획 5029’는 로스앤젤레스 선언 평화원칙에서는 아예 성립될 수 없다. 개념계획이라는 사탕발림을 한다고 본질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5·18항쟁이나 6월항쟁 때 북이 소련과 함께 남한에 군사 개입한다는 것을 상상도 할 수 있나?

7천만 민족의 생명이 달려 있는 문제인 만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책무를 진 대통령은 필요시 당연히 ‘얼굴 붉히기 넘어서기’로 나가야 한다. 우리 국민의 47.6%가 미국이 일방적으로 북을 폭격하면 이북 편에서 미국과 싸워야 하고, 미국 편은 31.2%에 불과하다는 것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동시에 한반도 전쟁위기나 통일 가로막기의 주범도 바로 미국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라는 것도 알려 미국이 착각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

종속적 한미동맹의 폐기도 고려해야 한다. 동맹은 필요에 따라 우리가 택할 선택사항이지 숭미주의자처럼 한미동맹 자체가 절대적이거나 신성한 목적일 수는 없다. 생명과 동맹을 바꿀 수는 없다. 동맹도 생명이 보장될 때 생각할 문제다.

이들 숭미주의자와 달리 우리의 경제·군사력 모두 세계 10위권으로 상위 5% 이내로 세계수준에서 성적이 ‘수’다. 자부심과 자신감만 있으면 큰 나라가 집중된 동북아에서는 응당 크지도 작지도 않은 우리가 이 지역에서 평화 조정자와 균형자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 초강대국이 균형자 역할 한다고 하면 누가 믿겠나? 주위 나라들이 패권추구 염려가 없는 바로 우리가 이 역할을 할 때 안심하고 맡길 수 있다. 그런데도 마치 미국이라는 치마폭을 벗어나지 못하는 3살배기 어린이에 머물고 있는 게 이 땅의 주류다.

이런 유아기적 정신 상태는 주한미군이 전략적 유연성을 가질 때 초래될 수 있는 ‘제2의 청일전쟁 위기’를 제대로 볼 수 없다. 2008년이면 대만이 독립선언 하겠다 한다. 이 경우 중국은 반국가분열법으로 무력침공을 하고 이에 대응해 대중국 포위·봉쇄·패권전략을 21세기 세계지배전략으로 설정하고 있는 미국 역시 전쟁에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허용되어 있으면 한반도가 미국의 대리전쟁터가 되어 결국 끔찍한 결과를 맞을지도 모른다.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을 허용해서는 안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작계 5029’에 의한 단기적 전쟁위협이든 전략적 유연성에 의한 장기적 위협이든 7천만 민족의 생명권과 직결된 문제는 원칙의 문제지 타협의 문제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우리 대통령은 직시해야 할 것이다.


강정구 / 동국대 사회학과 교수·평통사 부설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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