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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엔 십수년을 갈고 닦아 이미 ‘경지’에 오른 아내의 해장국이 모락모락 김을 피우며 다소곳이 앉아 나를 기다리고 있다. (집사람은 일주일치 해장국을 미리 끓여 놓은 다음 아침마다 데워서 준다고 한다.) 저녁상의 반찬에 따라 술의 종류가 달라지고는 한다. 찌개라든가 고기반찬이라도 오르는 경우에는 소주가 제격이다. 상추쌈을 한 입 우겨 넣고는 소주 한 잔을 털어넣고 ‘캬~’ 하는 ‘사자후’를 토할 때면 경외에 찬 눈빛으로 아이들이 묻는다. “아버지 술이 맛있어요?”
요즘엔 아이들과 같이 먹을겸 통닭을 시켜 먹는다. 그것도 꼭 생맥주를 배달해주는 곳으로 시킨다. 병맥주와는 달리 신선한 맛이 살아 있어 그 상쾌함이 음주의 즐거움을 가일층 더해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주 먹다보니 들어가는 돈이 솔찮다. ‘생맥주만 배달해 주면 더없이 좋을텐데…” 궁리 끝에 호프집에 직접 가서 사오기로 했다. 조금만 다리품을 팔면 맛있는 생맥주를 집에서 먹을 수 있는데 그 생각을 왜 아직까지 하지 못했는지 참으로 모를 일이다. 아니 아마도 집사람은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다만 알려주지 않았을 뿐. 2리터짜리 생수병에 시원한 생맥주를 가득 담아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세상은 나를 보고 웃는다.
이양훈/서울시 도봉구 도봉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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