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6.06 17:33
수정 : 2005.06.06 17:33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가 연일 매스미디어에 오르내리고 있다. 황우석 교수의 연구업적이 인류의 질병 치료에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이고, 미래 한국을 먹여살릴 중요한 산업의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하며 흥분하고 있다. 또 배아연구나 체세포 복제연구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현실감각이 없는 윤리타령이나 하는 사람, 내지는 기독교 원리주의자 정도로 몰아붙이고 있는 것이 대세다.
줄기세포의 연구는 미래 의학 발전에 있어서 중요한 연구이며 그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그런 의미에서 황 교수의 연구, 특히 체세포 복제를 통한 줄기세포 연구는 이식 거부반응의 문제를 극복할 중요한 연구로서 주목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 문제는 왜 복제 양을 처음 성공한 영국을 비롯한 많은 선진국에서 인간 배아줄기세포 특히 체세포 복제를 통한 배아줄기세포의 연구에 신중을 기하고 있느냐 하는 문제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인간 생명의 시작이 언제부터로 보느냐의 문제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전통적인 생물학적 관점에서는 인간 생명의 시작은 수정 이후라는 입장을 견지한다. 즉 인간의 생명은 수정된 첫 세포부터 시작하고 수정란, 배아, 태아는 인간이 될 잠재적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인간 생명체로서 존중받아야 한다는 견해이다. 그러나 수정란, 배아, 태아가 그 잠재적 가능성이 동일한 것은 아니다. 수정란은 수정 직후 배아 단계 이전의 경우 배아로 발생하는 모든 정보를 다 갖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수정란, 배아, 태아가 출생 후 인간 생명과 비교하여 가치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덜 가치 있는 이들 생명을 희생시켜서 더 가치 있는 출생 이후의 인간생명을 연장시키는 것은 옳은 일이라고 간단히 결론내리기는 쉽지 않다. 수정란, 배아, 태아가 출생 후 인간으로서의 가치에 차이가 있다는 논의는 태아 시기뿐만 아니라 출생 후 인간들도 연령이나 뇌기능의 상태에 따라 인간으로서의 가치에 차이가 있다는 논의로까지 발전될 수 있다. 또한 극단적으로 출생 직전의 태아에서 장기를 추출하여 인간 생명을 연장시키는 것도 쉽게 합리화할 수 있는 오류를 범하게 될 것이다.
줄기세포는 성인의 몸에서 일부 소량을 얻을 수 있으나 보다 쉬운 방법으로 배아에서 여러 종류의 줄기세포를 다량 얻을 수 있다. 문제는 줄기세포를 얻기 위해서 배아를 만들거나 희생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체세포 복제를 이용한 배아도 자궁 내에 착상시킬 경우에 생명체로 탄생하는 것은 복제양 “돌리” 이후 많은 동물들의 복제 연구에서 입증되어 왔다. 사람의 경우도 만일 복제 후 자궁에 착상시켜 새로운 인간을 출생시키는 연구를 지속한다면 궁극적으로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와 같은 이유로 많은 국가에서는 인간 체세포 복제를 통한 줄기세포 연구의 중요성을 인지하고서도 그 허용에 관해서 쉽게 결론내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많은 국가에서 줄기세포 연구에 있어서 성체 줄기세포의 연구를 격려하고 배아를 형성하지 않고 줄기세포를 얻는 방법 등을 연구하는 어려운 길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배아는 수정을 통해서 형성되었든, 체세포 복제를 통해서 형성되었든 분명한 인간 생명체이고, 배아의 생명에 대한 존중없이 출생 후 인간 생명을 존중할 수 없으며 따라서 배아의 생성이나 희생은 최대한 신중하게 결정하여 최소화하여야 할 것이다.
서경/ 연세대 의대 교수·영동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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