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6.09 21:00
수정 : 2005.06.09 21:00
숱한 우여곡절 끝에 어렵사리 2001년 삽질에 들어간 북한 금호원전. 예정대로 추진되었더라면 지금쯤 남북한에서 참여한 8천~1만 여명의 근로자들이 한데 어울려 분단 이후 처음인 대역사에 열을 올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한창 잘 나가던 건설공사가 느닷없이 중단 되었고 올 연말이면 2돌을 맞게 된다. 당초 1년간 한시적인 조처라 해서 그러려니 했더니 1년 더 연장이란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비록 이번 조처가 완전종결(termination)이 아니라 북핵문제 해결에 진전이 있는 경우 사업을 재개할 수 있는 일시중단(suspension)임을 강조하고 있으나 왠지 갸웃둥해진 고개가 바로되질 않는다.
총 14억달러(우리부담 10억달러)에 달하는 공사비가 투입된 북녘 공사현장, 당시의 활기는 간곳없고, 짓다만 시설물들은 붉은 옷으로 갈아 입고 우리를 맞는다. 어디 발전시설뿐일까, 동 공사에 투입된 각종 중장비들도 그렇고, 거기다 10억달러가 적기나 한 돈인가? 현장 사람들도, 국민들의 가슴도 빨갛게 타들어가기는 매 한가지다.
북핵, 북핵문제 하는데 도대체 어떤 문제인가? 북한이 핵무기 즉 원자탄을 가졌을 때 제기되는 문제가 바로 북핵문제이다. 왜 문제인가? 미국 등은 국제 핵질서에 흙탕질치는 미꾸라지인 양하여 그냥 두지 않으려 든다. 막으려 할 것이고, 여차하면 때려잡으려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그 과정에서 그들이야 사금파리에 손발이 베이는 정도에 그칠지 모르지만, 불바다는 다름 아닌 한반도, 죽음으로 내몰리는 것은 무고한 우리들일 수 있다는 현실, 그러기에 심각한 것이다.
그럼 북핵문제, 문제만 있고 답은 없는가? 있어야 하고 있다. 우선 ‘이란형’으로 남부 부셰르발전소 원자력 발전시설을 두고 미, 이스라엘 등이 선제공격을 위한 사전훈련을 끝내고 폭파명령을 기다리고 있다고 발표했다. 결국 영변핵시설 폭격이란 말인데 안 될 일이다. 막아야 한다. 다음은 파키스탄형이다. 말도 탈도 많았으나 막상 핵보유국이 되자 국제사회가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고 인정하기에 이르렀는데, 결국 북핵 보유 묵인인 셈이다. 이는 북핵 절대 불용인 정부방침에도 정면배치 될 뿐만 아니라 미국등 6자회담 당사국들마저도 하나같이 어림도 없는 소리라고 팔짝 뛴다. 마지막으로 리비아형인데 ‘한 국가가 핵무기 개발계획을 포기하는 게 낫다는 결정이 가능하다’는 것과 동시에 ‘그런 상태에서 정권이 유지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미국-리비아 간의 혁기적인 관계개선을 지켜보면서 어쩌면 여기에서 한 가닥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나 싶다. ‘경수로 중단-북핵실험 재개’그래서 어쩌자는 건가? 공멸이 아닌 공생이라야 한다. 북핵을 두고 국제사회가 행할 수 있는 효율적인 수단은 현재로선 중국을 통한 설득과 미국의 강경대응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6자회담의 중요성이다. 다행인 것은 지난 회담에서 미국은 북한이 핵을 폐기할 경우 중유제공 재개, 불가침 보장 및 국교정상화 등 다단계 해법을 제시했고, 북한도 건설적 안이라고 이에 호응한 바 있다.
차제에 북한도 달라져야 한다. 현실은 현실이고 다 때가 있다. ‘주민의 복리와 안녕’, 여기에 초점을 맞추어 풀어 나간다면 못할 것도 없고 안 될 일도 아니지 않겠는가. 이렇게 해서 북핵 타결, 남북정상회담, 북·미 관계 정상화 및 북·일 수교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길 기도한다.
한번 한 약속은 지켜야 한다. 우리의 금호경수로가 새빨간 녹을 벗고 건설에 나서 북녘 땅을 환히 밝힐 날이 하루라도 빨리 왔으면 한다.
한영성/ 전 국가과기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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