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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6.10 17:31 수정 : 2005.06.10 17:31

김경무 스포츠부장

한국 축구가 6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쾌거’를 이뤄 전국이 난리다. 하지만, 그 ‘공’을 조 본프레레 감독으로 돌리는 이는 거의 없는 것 같다. 되레, 그가 “한때 호호 불면 날아갈 것 같다”고 평가절하한 ‘천재 골잡이’ 박주영이 영웅으로 칭송받고 있다.

축구협회 홈페이지 ‘팬존’ 코너에는 아직도 본프레레 감독을 경질하라는 글들이 그칠 줄 모른다. 만나는 사람들 대부분이 ‘본프레레는 안되겠지?’라고 고개를 갸우뚱한다. 왜 이렇게 여론이 들끓는 것일까?

지금은 데스크를 담당하고 있어 현장에 나갈 수는 없지만, 지난해 7월부터 올 3월까지 본프레레 감독이 지휘하는 경기를 거의 빼놓지 않고 지켜봤다. 그러나 “야~ 이 사람 정말 명장이구나!” 하는 생각이 한번도 든 적이 없다. 뚜렷하게 자신의 축구철학을 태극전사들에게 전수한 것 같지도 않았다. 또 팀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이를 돌파할 수 있는 효과적인 용병술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는 이렇게 항변할 것이다. “도대체 나에게 선수들 지도할 시간을 얼마나 줬느냐 …”고.

본프레레 감독은 ‘경질 위기’에 처할 때마다 운 좋게 빠져나갔다. 지난 3일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서 막판 극적인 골이 터지지 않아 졌다면 그는 헤어나기 어려운 경질론에 휘말렸을 터이다. 같은 날 사우디아라비아에 0-3으로 참패한 쿠웨이트의 외국인 감독은 곧바로 잘리지 않았는가? 그런데 박주영 선수가 후반 45분 천금 같은 1-1 동점골을 터뜨리며 그를 지옥에서 구해냈다.

본프레레 감독은 지난해 6월 부임한 이후, 거스 히딩크 감독 시절 소외됐다가 화려하게 부활한 이동국의 도움을 특히 많이 받았다. 이동국은 지난해 7월10일 바레인과의 친선경기에서 멋진 선취골을 터뜨려, 한국 사령탑 데뷔전을 치른 본프레레 감독에게 짜릿한 첫승을 안겨줬다.

본프레레 감독이 ‘3류 감독’이라는 극단적 평가까지 받으며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는 까닭은, 그의 축구색깔이 없기 때문이다. 그가 구사하는 3-4-3 포메이션은, 공교롭게도 히딩크 감독의 유물 같다. 달라진 게 있다면 안정환 자리에 이동국, 설기현 자리에 박주영 선수가 들어서 있다는 점이다. 수비진용은 완전 물갈이됐지만 ….

그가 한국 선수들을 잘 모른다는 것은 ‘아킬레스건’이다. 이를테면 ‘본프레레가 발굴했다’고 딱 집어 내세울 선수가 없다. 박주영 선수는 여론에 떠밀려 뽑은 인상이 짙고, 부동의 왼쪽 윙백인 이영표 선수를 끝까지 오른쪽 윙백에 두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선수가 적응을 해서 그나마 다행이지, 본프레레 감독의 잘못된 용병술 때문에 축구대표팀이 전력을 극대화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제 노쇠해 기량이 극히 떨어진 한 선수를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 때 고집한 것도, 그의 선수 보는 능력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한국 축구를 독일 월드컵으로 이끈 감독이니, 특정 팬들의 요구대로 그를 바꿀 명분은 없어 보인다. 당장 감독을 바꾼다고 한국 축구가 크게 달라지는 것도 아니니 어찌하겠는가?

2006 독일월드컵 본선(6.9~7.9)은 앞으로 1년 남았다. 본프레레 감독으로서는 아직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는 셈이다. 그는 독일행 티켓 확보 뒤 “앉아서 쉬지는 않겠다. 앞으로 계속 가능성이 있는 선수를 발굴하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그가 지난 1년 동안 수없이 보여준 시행착오에서 벗어나, 더욱 강한 ‘본프레레호’를 만들어주기를 기대해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답답하기만 하다.

김경무 스포츠부장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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