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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6.13 22:57 수정 : 2005.06.13 22:57

박종효/모스크바대학교 한국학센터 객원교수

한국의 역사·경제·문화 등 다방면에 걸쳐 러시아인 한국학 학자들의 모여 쓴 <한국학> 계간지 4호가 최근 모스크바에서 발간됐다. 편집인은 저명한 러시아인 한국학 학자인 모스크바대학교 칸체비치 교수, 볼코프 교수 그리고 모스크바동방대학의 심비르체바 박사 등이다. 이 책에 한-러 양국의 교과서와 출판물 등에 나타난 상호 역사왜곡의 실정을 말한 글이 하나 있다.

1990년 한-소 수교 이래 두 나라 역사왜곡의 정정은 우리의 큰 관심사였다. 옛소련 역사교과서 등에는 이념을 앞세워 북한을 소위 민주주의 형제국가로서 일방적으로 지지 옹호하고, 한국은 마치 미 제국주의의 식민지로 헐벗고 미국의 괴뢰 독재정권 하에서 신음하고 있는 것처럼 비하해 왔다. 때문에 그동안 한국에서는 특히 러시아 교과서의 한국사 왜곡에 큰 관심을 갖고 주러시아 한국대사관과 유관기관이 러시아 관계당국에 개선을 요구해 왔다. 마침내 2000년 들어서 현 러시아 연방공화국은 북한의 항의를 받으면서도 소련 시대에 주장하던 북침을 남침으로 정정하였다.

반면 한국에서의 러시아 역사 왜곡은 한국학 계간지 4호에서 러시아인 학자들이 지적한 대로 한국의 학생들과 일반독자에게 영향을 끼치고 한-러 양국 우호관계에도 손상을 끼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원인은 한-러 관계를 연구하면서도 러시아 사료를 도외시하고 참고문헌으로 주로 냉전시대에 쓰인 미국과 일본의 출판물에만 의존하는 냉전시대의 편파적 태도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얼마 전 어떤 대학교 명예교수가 20세기 초 국제정세로 보아 러시아에 점령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일본의 식민지가 된 것이 다행이었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이 논리는 순전히 일본이 한국의 식민지화를 정당화시킨 일본쪽 주장을 대변한 것이다. 당시 러시아는 대한제국을 점령하려는 어떤 계획과 의도도 없었다. 러시아는 일본에 비해 극동함대가 열세에 있었기 때문에 만주에 이해를 집중시키면서 만주 방위를 위해 한반도를 일본과의 완충지대로 다만 러시아의 영향권 아래 두려고 시도한 것이며, 대한제국의 독립을 지지하였다.

<한국학> 4호에서 러시아인 학자들이 지적한 오류의 예를 보면 한국의 국정교과서인 지리 책에는 “38선은 소련이 만들었다”, 또 역사책에는 “제정러시아가 군사교관단과 재정고문을 보내 침략을 하려 했다”는 것 등 원인과 맥락을 무시한 채 러시아를 마치 침략자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한국 일부 학자의 논리나 주장은 러시아 쪽에서 보면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하다. 이밖에 “아관파천은 러시아 공사관에서 공작을 해 실현시켰다”는 논리의 경우 일본이 명성황후를 시해한 뒤 고종을 궁에 연금시켜 생명의 위협까지 느껴 먼저 전 궁내부 부대신이던 이범진을 시켜 은밀히 미국공사관과 러시아공사관에 피신교섭을 한 것이며 잘못된 것이다. 또 “부동항을 탐내 (조선) 침략을 하려고 했다”는 주장은 당시 대한제국의 묄렌도르프 외교고문이 러시아가 부동항이 필요한 것을 알고 일본 세력의 확장을 막기 위해 도쿄주재 러시아 공사 다비도프를 찾아가 러시아가 일본을 견제하고 독립을 보호해 주면 그 대가로 부동항 한 곳의 사용권을 주겠다고 먼저 제안한 것이다.

이런 몇 가지 사례 이외에도 한국과 러시아의 과거사에 관한 여러 출판물에는 부분적인 모순과 오류가 허다하다. 21세기 진정한 한-러 양국의 우호적인 협력과 발전을 위해서는 이제 한국도 한-러 관계사를 바르게 연구하고 잘못이 있으면 과감히 고쳐 나가는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때가 왔다. 박종효/모스크바대학교 한국학센터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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