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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6.14 19:37 수정 : 2005.06.14 19:37

아프리카 사바나의 생생한 야생의 현장에서 사자가 단체 사냥을 하더라도 성공확률은 10∼20%, 치이타는 주력 때문에 조금 더 높아서 30% 정도 된다고 한다. 나머지 하이에나 같은 것들은 아예 사냥하기를 포기해 버리고 버린 고기나 새알이나 주워 먹고 산다.

그럼 70∼80%는 초식동물들의 승리라는 것인데, 왜 이런 차이가 생기냐면 주력부터 지구력 까지 여러 가지 차이를 지목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것은 자유로운 방향 전환과 유연성이다. 실지로 사냥하는 육식동물들의 꼬리는 특히 길고 잘 발달 돼 있다. 이것은 화살처럼 한 방향으로 질주할 때 키 역할을 담당한다. 사냥을 하지 않는 하이에나를 비롯 대부분의 초식동물의 꼬리는 덩치에 비해 아주 조그만 게 특징이다. 토끼나 사슴의 꼬리는 겨우 생식기 정도나 가릴 정도밖에 안 된다.

꼬리가 짧다는 것은 육식동물들에게 잡힐 염려도 줄여 주지만 몸이 특히 자유자재로 방향을 전환할 수 있게 하고 제자리에서 점프하는 데 거추장스런 무게를 주 줄일 수 있다. 그래서 영양이나 겜스북 같은 경우 늙고 병든 개체를 빼 놓고는 사자가 아무리 쫓아와도 방향을 이리저리 틀고 자유자재로 점프하면서 오히려 가지고 놀기도 한다.

난 이번에 박주영 선수를 보면서 자꾸 초식동물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그 동안 한국 축구는 너무 육식동물적이고 전쟁적이었다. 한 마디로 즐길 줄을 모르는 전투축구를 해 왔던 것이다. 그렇지만 혜성처럼 등장한 박주영은 다랐다. 경직되지 않고 축구를 즐길 줄 알았다. 얼굴도 선한 초식동물 모습 그것이었다.

유명한 호나우도나 지단의 축구도 역시 초식동물적이다. 아무리 적이 많아도 활로를 찾아 요리저리 빠져나가고, 심하게 태클이 들어와도 당연하다는 듯 쓱 웃고 넘어간다. 마치 골대가 자신의 유일한 도피처인 양 누가 건드려도 넘어질듯 넘어질 듯하면서 골문을 향해 들어가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이제는 그동안 우리 머리 속에 선입견처럼 남아있던 전쟁 같은 축구도 한 번 달리 생각해 보자. 수비는 무리를 지어 접근 못하게 막고 공격은 술래잡기 하듯 요리저리 피해 다니는 것이다. 그 동안 계속 답답했던 한국축구의 해결점을 바로 박주영식 초식축구에서 발견한 느낌이다.

최종욱/광주우치동물원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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