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6.15 19:28
수정 : 2005.06.15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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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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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도와 사하라 사막 중간에 있는 중앙아프리카 기니 북부 ‘키시두구’의 풍광은 독특하다. 황량한 초원지대에 푸른 숲 800여곳이 섬처럼 점점이 박혀있다. 오래 전부터 이곳은 ‘사막화’가 벌어지는 본보기로 알려졌다. 지나친 방목 등 농민들의 잘못된 토지이용 결과 한때 울창하던 숲이 섬 모양의 흔적만 남긴 채 황무지로 바뀌고 있는 산 증거였다.
그러나 인류학자들의 새 연구결과는 전혀 달랐다. 수십년 동안의 믿음과 반대로 주민들이 오히려 사막을 숲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화재를 막기 위해 덤불을 제거하고 나무를 심었다. 가축과 사람의 배설물이 토양을 기름지게 했고, 밭농사는 흙의 수분 분포를 나무가 자라기 적당하게 만들었다. 이런 무의식적인 노력이 오래 계속되면서 황무지에 차츰 숲이 생겼다. 인공위성 사진이 연구결과를 뒷받침했다.
사람의 손은 자연을 풍부하고 윤택하게 만들기도 한다. 흔히 자연이 보전되려면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막개발과 마구잡이 훼손이 도처에서 벌어지는 판이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이 좁고 과밀한 나라에서 과연 사람과 자연을 떼어내는 것이 가능하기나 할까.
한 보기로, 지난 한햇동안 지리산을 종주하면서 대피소 7곳에서 묵은 사람들만도 10만명에 가깝다. 외딴 산이 이럴진대 인구의 80%가 몰려 사는 도시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도시의 자연을 어떻게 할 것이냐가 자연보전의 화급한 과제가 되는 까닭이다. 망가진 도시의 자연을 되살리고, 그 과정에서 자연과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우는 건 희귀 동식물과 비경을 지키는 것 못잖게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오는 18일 문을 여는 서울숲은 반갑다. 경마장과 골프장이 있던 뚝섬의 너른 땅이 생태숲으로 조성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시내에서 자연에 대한 갈증을 풀 수 있게 됐다. 아름드리 거목들이 들어서 대낮에도 컴컴하던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공원(골든게이트 파크)이, 모래언덕에 나무를 심어 가꾼 인공숲이란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새롭다. 130여년이 지나면 서울숲도 금문교의 공원처럼 될까.
서울숲이 아니라도 최근 도시에 자연을 되살리려는 노력이 부쩍 활발해졌다. 청계천에 머잖아 맑은 물이 흐를 터이고, 난지도의 노을·하늘 공원에서는 쓰레기 동산을 떠올리기조차 힘들어졌다. 자연형 하천 만들기는 지자체마다 단골사업이 됐고, 한겨레신문사 옥상 생태공원처럼 도심에 소생물권을 조성하려는 움직임도 두드러진다.
도시에 되살린 자연은 주변의 땅이나 집값을 올리고 편안한 휴식 장소를 제공한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자연은 사람이 일방적으로 이득을 얻는 수단에 머물지 않는다. 일단 만들어놓은 자연은 제 생명력을 키워간다. 사람 쪽에서 그것은 불편하고 위험할 수도 있다. 복개된 하천을 자연형 하천으로 만들면 아이들이 옷을 적시거나 물에 빠지는 위험을 각오해야 하고, 예측 못한 홍수에도 대비해야 한다. 농약을 치지 않기로 결심한 유기농 농사꾼이 몰려드는 해충과 잡초를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도시에 되살려 놓은 자연은 우리에게 변할 것을 요구한다. 무엇보다 자연을 이해하고 더불어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자연과 이웃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려면 자연복구 과정에 시민참여가 꼭 필요하다. 거기서 ‘생태적 시민의식’이 싹틀 것이다. 버려진 땅에 꽃을 피우는 것은 사람의 세심한 손길이다. 그래서 때로는 꽃보다 사람이 아름답다.
조홍섭 편집부국장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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