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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6.16 19:56 수정 : 2005.06.16 19:56

얼마 전 인터넷으로 신문기사들을 읽다가 텔레비전 드라마가 결혼에 대한 부정적 시각으로 이혼과 저출산까지 부추기고 있다는 걱정과 비판이 섞인 내용을 보았다. 즉 텔레비전 드라마들이 결혼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가진 주인공들을 내세워 결혼을 늦게 하거나 이혼에도 쉽게 동의하고 아이의 출산 문제에도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그런 드라마들이 현실에도 영향을 주어 낮은 결혼율과 높은 이혼율, 그리고 가임 여성의 출산율을 세계 최저 수준에까지 이르게 했다는 실로 어마어마한 텔레비전 드라마의 영향력을 설파하고 있었다.

하지만, 드라마의 기본은 현실성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드라마에서 결혼을 회피하고 이혼문제에 고민하며 출산을 기피하는 여성은 바로 대한민국의 현실 그대로를 보여주는 논픽션에 가까운 인물인 것이다. 요즘 한국 드라마에서 제도적으로 안정되어 있는 무료탁아시설이 나온다든지, 직장여성들이 출산 후 더욱 직업이 안정되고 사회적으로 보호받는 대상으로 나온다든지 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는가.

이것은 분명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모호한 문제가 아니라, 달걀이 계란프라이가 되거나 달걀찜이 되는 명백한 순서를 가진다. 한마디로 현 사회의 현실이 먼저이고 드라마는 그 현실을 보여주며 그들의 고민에 동참하며 공감대를 이끌어 가고 있는 것이다.

시청률에 실패한 드라마를 분석할 때마다 가장 먼저 짚고 넘어가는 부분이 현실성이 있었느냐 없었느냐이다. 하물며 드라마 하나에도 현실성을 따지고 들어가는데 이상하게도 현재의 사회를 움직이고 국가의 미래를 책임지는 정책은 항상 현실성이 떨어진다.

국가 정책이야말로 현실성이 가장 중요시되어야 할 대목 아닐까? 한낱 드라마가 결혼 회피와 저출산율을 유발한다며 책임을 돌리면서 뒤늦게 정부가 대책이라고 내놓은 캠페인이 1.2.3 운동이다. 결혼 후 1년 내 임신해서 2명의 자녀를 30살 이전에 낳아 잘 기르자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 비현실적이기 그지없는 대책 없는 대책에, 결혼 후 1년 내 임신해서 2명의 자녀를 30살 이전에 낳아 기르면 40살에는 파산한다며 모두들 비웃고 만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남녀 모두 30살 전후가 결혼 적령기로 서서히 자리를 잡고 있는 마당에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운동을 하자고 하는지조차 알 수가 없다.

아무리 드라마에서 대가족의 장점을 이야기하고 다산의 기쁨을 표현한다고 해도, 시청자는 그저 남의 일인 듯 ‘그래… 좋기야 하겠지… 그런데 저게 가능해?’ 라고 냉소적이라면 그것은 대한민국의 현실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정부가 빨리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한다. 하지만 정작 교육을 받을 아이들이 없다면 그 국가의 백년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 아닌가? 남편이 육아의 상당부분을 함께 하고, 아내는 회사에 출근하면서 아이를 마음 편하게 맡기면서, 열심히 자기 일에 집중하는 등장인물이야말로 내가 꿈꾸는 대한민국의 여성이며 내 드라마의 주인공이다.


박예랑/ 드라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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