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6.19 17:39
수정 : 2005.06.19 17:39
얼마 전 중 1학년생인 미영(가명)이는 수업을 마치고 학교 사회복지실에 찾아와 현재 엄마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수모를 겪고 있는 상황을 1시간 정도 조목조목 말을 이어갔다. 기막힌 사연은, 아버지의 술주정에 못 이겨 3년 전 이혼하게 된 엄마와 초등 4학년인 동생, 세 식구가 살게 된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엄마는 한 줄에 1000원 하는 김밥집에 일하는데, 종업원이 3명이 되는 곳으로 하루 판매량도 꽤 되는 큰 가게라고 학생은 어머니의 일과를 상세히도 알고 있었다.
어느날 가게 주인은 총액이 맞지 않는다며 어머니를 의심하였고 말 주변이 없는 어머니는 고스란히 40만원을 떠안은 상태로 출근도 하지 못하고 있다며 도둑으로 몰아세우는 전화벨 소리에 가족 전체가 노이로제가 걸릴 정도라고 했다. 학생은 낮에 학교에 등교하여 책상에 앉아 있지만 온통 어머니와 집 걱정뿐이라며 우는 아이를 난 말없이 부둥켜 안을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벌이는 ‘위기가정 지원사업’에 사연을 신청 응모하면 최대 60만원을 한차례 지원해 줄 수 있다는 인터넷 공고 덕분에 가정상담을 한 후 구비서류를 갖추어 내 그 가정은 이 지원을 받게 됐다. 학생의 어머니는 아이가 학교에서 이런 고민을 털어놓을 줄 몰랐다면서 이제는 도둑으로 몰리지 않고 편안하게 자식을 돌볼 수 있게 되었다고 연거푸 감사전화를 해 왔다.
지역사회의 자원이 학교에서 활용되기까지는 이처럼 교사와의 다각적인 협조 속에 이루어진다. 사춘기 청소년들은 아직 여러모로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이 미약하므로 지역사회와 부모에게 의존하면서 성장해 나간다. 사철이 뚜렷한 아름다운 강산,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3위로 복지기금 조성이 잘되는 나라다. 지역사회가 십시일반 후원에 동참할 때 우리 사회는 더욱 아름답게 지속되어 나갈 것이다.
정숙자/경남 마산여중 학교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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