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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6.21 17:56 수정 : 2005.06.21 17:56

부동산 값이 올라서 나라가 떠들썩하다. 군청만도 못한 정부라는 호통도 있고, 정부가 부동산 값을 잡을 의사가 없다고 아우성치기도 한다. 도처에서 규제를 풀거나 아니면 세제를 강화하라는 훈수가 쏟아지고 있다. 정부가 또 다시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지만, 부동산 값을 흔한 말처럼 그리 쉽게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규제를 풀어 공급을 확대한다고 해도 꼭 가격 안정이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토지는 공급이 제한된 요소이고, 주택도 건설에만 2~3년 이상 걸리는 비탄력적인 재화이다. 공급을 늘리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데, 그 사이 수요는 더 빨리 늘어날 수 있다. 판교를 개발하면 강남ㆍ분당권이 확대 발전하고 집값이 오르는 것이 오히려 상식이다. 근대는 도시의 역사이기도 하거니와, 부동산 값 상승은 도시 발전의 산물이다. 안트베르펜, 암스테르담, 런던, 뉴욕 등이 차례로 발전하면서 도시는 확대되고 부동산 값도 상승했다.

조세제도를 통해 부동산 값을 잡기도 쉽지 않다. 보유세를 높이고 거래세를 낮추는 것이 가격을 안정시키는 기본 방향이나, 제도 개편은 그 자체로 어렵고 시간이 소요된다. 그나마 수요자가 선호하는 지역은 과세수준을 넘어 수요가 늘어난다. 토지가치를 잠식할 정도로 보유세를 증가시킬 수 있도록 정치세력을 조직하는 것도 매우 어려운 과제다. 조세개혁은 장기적ㆍ분산적으로 이익을 낳지만, 조세 증가에 대한 반감은 구체적이고 집중적이기 때문이다. 1950년대 말 덴마크 ‘토지세 정부’가 출범했지만, 보수세력의 집중 포화로 금방 붕괴한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근래 부동산시장의 구조는 일대 전환을 겪었다. 부동산시장과 그 바깥 부문은 점점 더 밀접하게 연결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금융시장 재편에 따라 기업대출 비중이 감소했고, 2000년 이후 저금리의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팽창했다. 국가는 단기금리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조절 폭은 가계소비, 기업투자 수준에 의해 제한된다. 더욱이 장기금리는 세계시장에서 결정되는 경향이 있다. 자본시장을 통해 로스앤젤레스, 상하이, 서울의 부동산시장은 서로 연동되고 있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여 가격을 조절하는 것은 더 어려워졌다.

부동산시장 안에서는 차별화가 더욱 진행되었다. 개발 시기에 부동산 값은 광역범위에서 대세 상승 현상으로 나타났으나, 1997년 이후에는 가격이 오르는 지역만 계속 오르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주택만 보더라도 아파트ㆍ다가구주택ㆍ단독주택이 분단시장을 이루고, 아파트도 소형ㆍ중형ㆍ대형ㆍ재건축ㆍ주상복합 등으로 이질화되었다. 주택은 내구소비재일 뿐만 아니라 차별화된 교육과 인맥을 공급받는 사회적 자본의 토대이기도 하다. 또 부동산은 미처 발전하지 못한 위험시장, 금융시장의 기능을 보완하는 자산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복잡해진 시장에서 규제정책으로 정교한 효과를 거두기는 어렵게 되었다.

시장의 변화는 부동산정책을 ‘시장적’ 방향으로 수렴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 일부 지역의 거품을 막으려 애써도 별 소용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거품이 터지면서 생기는 충격이 금융시장을 통해 체계적 위험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방화벽을 마련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또 중대형 주택 문제보다는, 여론에서 잘 대표되지 않는 서민층에 대한 주택 공급에 더 비중을 두어야 한다. 바야흐로 공공적 부동산정책의 요새를 새롭게 구축할 때다.

이일영/ 한신대 교수ㆍ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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