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패밀리사이트

  • 한겨레21
  • 씨네21
  • 이코노미인사이트
회원가입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6.22 19:04 수정 : 2005.06.22 19:04

홍세화 기획위원

사립학교법을 개정하라. 같은 제목의 칼럼을 쓴 게 꼭 1년 전의 일이다. 역사상 처음으로 개혁세력이 국회의석의 과반을 차지한 만큼, 또 국민의 절대 다수가 바라는 만큼, 사립학교법 개정은 당연히 곧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개혁의 긴장이 시들해지고 개혁정책들이 실종되면서 사립학교법 개정 또한 아직 표류 중이다. 아무리 사익추구 집단이 사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집요하다는 속성을 갖고, 그래서 막강한 물적 역량을 바탕으로 전방위적인 로비활동을 벌인다 하더라도, 대학교수들이 민주적 사립학교법 개정을 요구하며 6월의 땡볕 아래 1천 킬로미터 대장정을 벌여야 하는 오늘의 상황은 17대 국회가 민의를 저버리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사립학교법 개정에 반대하는 세력이 ‘사학재단-수구언론-한나라당’의 삼위일체에 머물지 않는다. ‘민주화된 시대’에 맞게 교육 부문의 실질적 민주화에 앞장서야 할 교육인적자원부는 권위주의 독재정권 시절 이래 사학재단과 맺어온 유착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교육부 마피아’라는 말에 어울리게 그들은 신자유주의 교육개방안이나 교원평가제를 내놓아 교사와 학부모 단체 등 교육, 시민단체의 개혁 역량을 그 대응에 머물게 함으로써 교육개혁을 뒷걸음질치게 하는 행태를 반복해 왔다. 그렇다면, 열린우리당의 개혁 의지가 관건인데, 그들은 원칙과 기본이 없는 ‘실용’과 ‘상생’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 왔다. 이번에도 교육, 시민단체와 민주노동당을 뺀 채, 한나라당과 밀실 토론을 벌였다. 무엇을 기대한 끝장 토론이었는지 스스로 반성해야 할 것이다.

사립학교법 개정안의 주된 내용은 개방형 이사제 도입, 사립학교 학교운영위원회 심의기구화, 교사회, 학부모회의 법제화, 이사장 친인척 학교장 임용 금지 등 학교 민주화를 위해 당연히 관철되어야 하는 것들로서, 그 중 핵심 쟁점사항은 개방형 이사제 도입 여부다. 사학재단 이사진의 3분의 1을 학교운영위나 대학평의원회 등 교사나 학부모가 추천하는 인사로 구성하자는 것인데, 한나라당은 ‘경영권 침해 요소’를 제기하며 끈질기게 반대하고 있다. ‘학교를 경영한다’는 그들의 교육철학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 다만 학교운영을 재단 출연금이 아니라 국민의 세금과 학생의 등록금에 의존하면서 오직 설립 시기에 개인재산을 출연했다는 이유만으로 학교를 이사장 개인의 재산처럼 운영하고 세습하는 나라는 지구상에 없다는 말을 다시금 해주고 싶다. 그리고 묻는다. ‘교육의 세 주체’가 학생·교사·학부모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면서, 그 세 주체에게 이사진중 3분의 1조차 개방하지 못하겠다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사장의 전횡적인 학교운영에 투명성의 빛을 조금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 아닌가. 지난 2000년 이후 교육부, 검찰에 의해 비리가 적발됐거나 현재 임시이사가 파견돼 있는 대학의 전체 사학비리 규모가 1조1천796억원에 이르고, 특히 대구·경북 지역의 사학비리가 가장 심각하다는 사실과, 한나라당의 억지 주장 사이에 아무 연관성이 없다고 말할 사람은 ‘한나라당-수구언론-사학재단’의 삼위일체뿐일 것이다.

열린우리당에게 당부한다. 지금부터라도 개혁에 충실하라. 약속했듯이 민주노동당, 민주당과 연합해 정면돌파하여 승부를 가리라. 과거사법처럼 다시금 누더기를 만들지 말라. 밀실야합이나 협의는 민주주의가 아니다. 이번 임시국회를 그냥 넘겨선 안 된다. 바로 표결 처리하거나 직권 상정하라. 그것이 개혁 이전에 민의가 요구하는 바다.

홍세화 기획위원 hongsh@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