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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6.22 19:55 수정 : 2005.06.22 19:55

느린 것이 아름답다!

지난주말 서울 광화문에서 여의도를 잇는 큰길에서 ‘자전거 축제’가 열렸다. 자전거의 통행권을 주장하며 매달 셋째 토요일 도심 차도에서 자전거를 타는 ‘떼거리 잔차질’(자전차질의 약어) 50회 잔치였다. ‘자전거로 충분하다’ ‘교통혁명 자전거’ 등의 표어를 붙인 남녀노소의 자전거 행렬이 장관을 이뤘다.

지난 18일부터 하지인 21일까지 도쿄를 비롯한 일본 각지에서는 다섯번째 ‘촛불의 밤’ 행사가 있었다. 2002년부터 하지와 동지 저녁 8시부터 10시까지 전깃불을 끄고 촛불을 켜는 행사다. 개인뿐 아니라 단체·기관들도 참여해 도쿄타워와 오사카성 같은 도시의 상징물도 잠시 휘황한 조명을 끄고 ‘본래의 밤’을 받아들였다.

애초 조지 부시 대통령의 원전건설 계획에 항의해 2001년 미국에서 벌어진 이 ‘자발적 정전운동’을 일본에 받아들인 사람은 메이지가쿠인대 쓰지 신이치 교수다. 한국계 문화인류 학자로 이규라는 한국이름을 갖고 있는 그는 ‘슬로 라이프’ 운동으로 일본 사회에 적잖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경제의 시간’에 밀려난 ‘자연의 시간’을 되살리자는 움직임이다.

“슬로 라이프의 첫걸음은 산책을 되찾는 일이다” “편리한 것이 반드시 즐거운 것은 아니다” “속전속결은 민주주의가 아니다”라는 그의 이야기 중에서도 가장 재미있는 것은 ‘분발하지 않기’다. 실제로 이와테현의 마스다 히로야 지사는 현 차원의 ‘분발하지 않기 선언’을 했다고 한다. “경제적인 이익에 편중하고, … 효율성만을 추구해 온 덕분에 일본은 경제대국이 됐다. 그러나 반면, 자연을 파괴하고 귀중한 지구자원을 낭비하고 지역의 자립을 해쳐 왔다. … 그래서 이와테현은 시간·여유·안정·자연환경 등 이제까지는 그다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것들을 제대로 평가하는 일부터 시작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우리는 과연 ‘속도의 마법’에서 풀려날 수 있을까.

지영선 논설위원 ys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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