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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6.24 17:27 수정 : 2005.06.24 17:27

“기강이 확립된 군은 전투력이 응집돼 적 방향으로 집중한다. 기강이 문란한 군은 전투력이 분산돼 우군과 국민에게 악영향을 준다.”

10년 전인 1995년 4월 군 개혁위원회가 군 기강 쇄신 대책을 마련해 김영삼 대통령에게 제출한 보고서의 서두다. 비장감마저 감돈다. 당시 군은 연이어지는 군 기강 해이 사건에 대해 비난이 쏟아지자 대책을 마련했던 것이다.

그러나 비무장지대 안 경계초소(GP)에서 동료 병사를 향해 수류탄이 터지고, 실탄이 연발로 날아드는 충격적인 사건이 또다시 일어났다. 신세대 병사들은 수십년 묵은 지금의 병영문화에 대해 극도의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사건은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는 상황의 심각성을 일깨우고 있다. 10년 전에 마련돼 시행에 들어간 군 기강 대책은 어디로 갔는가.

육군은 2003년 병영생활 행동강령을 마련해 각 부대에 시달했다. 육군은 여기서 그동안 선임병(고참병)이라는 이유로 후임병에게 내리는 지시 행위를 금지시켰다. 고착화될 지경이지만 맞는 말이다. 상명하복 관계는 군 간부와 병사, 장교 사이에서 적용되는 것이지, 병사 사이에는 맞지 않다. 마치 일반 회사에서 과장이 과원에게 지시를 내릴 수 있지만, 과원 사이에는 예절을 넘어서 지시가 오갈 수 없는 것과 비슷하다. 이번에 총기를 난사했다는 김아무개(22) 일병은 소대장에게 총을 난사한 부분에 대해 상관 살해죄를 적용받을 수 있지만, 선임병과 관련된 부분은 살인죄가 적용된다.

그러나 육군의 병영대책은 현실과 맞지 않다. 병영 민주화를 강조하는 이들도 현재의 병영 구조에서 선임병의 소임을 부정하지 않는다. 혹자는 “구타가 없으면 군대가 돌아가냐“고 항변하기까지 한다. 병사들은 말단 전투력을 담당하는 가운데 끝도 없는 병영 작업, 수용소 같은 시설에서 오는 병영 스트레스, 사회 복귀 불안감에다가 장교들의 뒤치다꺼리에 시달려야 한다. 요즘처럼 핵가족에서 외아들로 지내던 젊은이들에게 군 생활은 고역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고역을 감당하려면 정신적 인내가 필요하고 그래서 ‘군기’를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군 잔재다.

이들 주장을 음미하면 결국 이번 사건은 병영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총기난사 사건에서 살아남은 한 병사는 “군 생활이 힘들었지만 (…) OO는 왜 참지 못하고 …” 하며 흐느꼈다.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이 힘든 병영을 이겨내느라 자연스런 대화의 한 부분이 되어버렸지만 사건이 터지자 ‘언어 폭력’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욕설을 견디지 못한 김 일병은 수색대에 뽑힐 수 있는 신체등급 2급 판정을 받고서 입대해 고생하다가 싸늘한 군법회의에 넘겨지게 됐다. ‘어둠의 자식들’이라는 말이 유행하는 현 병영구조를 만들거나 방치한 군 고위 간부들은 아무말이 없다.

군은 사건이 일어나면 그럴듯한 대책을 내놓았다. 지난해 10월 삼중 철책이 뚫린 뒤에도 요란한 대책이 나왔으나, 불과 8개월 뒤에 장비도 없는 북한군 초급 병사가 아무도 모르게 넘어왔다. 군은 총기난사 사건으로 이 사건이 여론에서 비켜나자 안도하는 모습마저 보이고 있다.

미국 육군은 베트남 전쟁에서 ‘패배’하자 상관이 살해되는 병영문화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에 나섰다. 그리하여 ‘20년 동안 악전고투에서 준비한 결과’ 걸프전에서 첨단 전쟁을 선보였다. 육군은 각성해야 한다. 특히 대다수인 병사의 업무는 뒤로 하고 장교들의 진급 작업을 우선한다는 육본 인사참모부는.

김성걸 정치부 기자 sk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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