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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6.26 17:58 수정 : 2005.06.26 17:58

한 결혼정보 업체가 60억원을 들여 ‘배우자 지수’를 개발해 특허를 취득했다고 한다. 0~100점으로 매겨지는 이 지수에는 본인의 학력, 직업, 소득과 신체적 매력은 물론 부모 형제의 학력, 직업, 경제력까지 포함돼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점수로 매겨지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물론 이 지수는 점수만 갖고 사람을 등급화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는 유머감각, 지적 능력, 외향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별하는 대인 호감지수가 점수와 결합되어, 어찌보면 그 ‘불순성’이 조금은 사면이 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배우자 지수’가 오로지 점수화된 일정 등급 이상의 ‘우월한’ 직업군에 소속된 배우자를 선택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는 것을 간과하지 않았나 싶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직업군에 따른 점수를 매긴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그것이 직업군 간에 위화감을 조성할 것임은 뻔한 일이고, 청소년들이 직업을 선택하는 데서 자신의 적성보다는 사회가 원하는, 사회에서 ‘인정받는’ 직종을 간접적으로 강요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점수화에 의한 등급 매기기가 결혼정보 업체와 피중개인 간에 암묵적으로 공유되었는데, 이제는 그것이 언론에까지 당당히 ‘배포’되고 있다.

앞으로 사람들은 살벌한 경쟁을 유도하는 이 희한한 ‘카스트 제도’ 안의 희생자가 되지 않기 위하여, 더 살벌하고 치열하게 경쟁에 참여하고자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패배자는 열등감과 패배의식을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모르긴 몰라도 이혼율을 감소시키고자 하는 ‘좋은’ 의도를 가졌던 결혼정보 업체는 승리자에게서 많은 환호를 받게 될 것이며, 더 많은 승리자들을 만들어내기 위해 또다른 업그레이드된 버전의 지수를 만들어낼지도 모른다. 참 무서운 세상이다.

허병민/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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