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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6.27 17:34 수정 : 2005.06.27 17:34

지난 23일 여성가족부가 출범했다. 호주제 폐지, 성매매특별법 시행 등 양성평등 정책을 의욕적으로 주도한 여성부에 가족정책이 더해져 여성가족부로 개편된 셈이다.

오늘날 가족은 변화의 한가운데 놓여 있다. 1인 가구가 15.5%, 부부 가구가 14.8%, 한부모 가구가 9.4%라는 수치는 이를 잘 보여준다.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아 가족을 이루는 기존 가족 형태가 크게 변화하고 있다. 더불어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 문제 등 가족과 연관된 이슈들이 새로운 국가적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가족내 소통 또한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른바 세대갈등의 일차적인 현장은 다름 아닌 가족이다.

여성부가 여성가족부로 개편된 까닭은 여기에 있다. 가족을 이대로 놓아둘 수는 없다는 국가의 절박함이 배어 있는 터다. 자녀양육, 노인부양, 가족간호 등 ‘돌봄 노동’은 이제 가족내 문제로만 놓아둘 수 없으며, 따라서 이에 대한 사회적 지원망을 새롭게 짤 필요성이 증대돼 왔다. 사후적인 소극적 개입이 아니라 사전적인 적극적 개입이 가족문제에서도 요청되고 있다. 하지만 논란이 없지 않다. 일각에서는 현재 가족이 직면한 문제는 가족 해체나 위기라기보다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지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건강가족과 같은 발상은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건강과 비건강, 정상과 비정상으로 구분하려는 그릇된 이분법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다양한 가족 문제의 발생은 가족의 부양기능 약화, 가부장적 가족문화와 같은 내적 요인에 더하여 사회구조, 가치관의 변화와 같은 외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결합한 결과다. 따라서 변화에 걸맞은 복합적이고 세심한 대응이 필요하다.

가족정책에 대해서는 두 가지를 먼저 주문하고 싶다. 첫째, 가족이 사회문제화된다고 해서 이를 과거 회귀 방식으로 풀 수는 없다. 특히 건강가정기본법의 경우 가족 문제에 대한 국가적 대응이라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특정 가족 형태를 지향하는 것이라면 이는 국민 평등권을 침해할 수 있다. 거시적으로 개인주의화라는 시대적 물결은 건강가정만으로 대응하기도 어렵거니와, 혹여나 가족내 여성의 헌신을 암묵적으로 전제하는 것이 바람직한 가족의 상일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갖게 한다.

둘째, 돌봄 노동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대응이 요구된다.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늘어남에 따라 육아를 포함한 가족내 돌봄 기능은 자연스레 약화돼 왔다. 더불어 노인 인구의 증가는 돌봄 노동의 수요를 증대시키고 있다. 가족이 더는 돌봄을 떠맡을 수 없다면 국가가 이를 담당해야 한다. 최근 정부가 2007년부터 노인요양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바로 이런 맥락이다.

모름지기 가족정책의 목표는 민주적인 가족관계를 지향하고 가족기능을 사회가 분담하는 양성평등의 가족 패러다임을 마련하는 것이어야 한다. 출범과 더불어 여성가족부는 새로운 가족문화 조성, 다양한 형태의 가족 지원 확대, 가족친화적 사회환경 조성, 돌봄의 사회화 및 역할 분담, 가족정책 인프라 확충 등 5대 핵심 추진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요컨대 가족과 사회의 새로운 다리를 놓는 가족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가족의 존재 이유를 굳이 부정할 필요는 없다. 우리 사회에서 가족은 사회의 거센 바람을 차단하는 보호막의 구실을 담당해 왔다. 사회의 변화와 공존하는 동시에 사회의 외풍을 막아주는 거처로서의 의미를 가족이 갖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양성이 평등한 가족 틀이 구축돼야 한다. 여성가족부에 바라는 소망이다.

김호기/연세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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