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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6.29 19:27 수정 : 2005.07.13 11:33

김종휘/ 문화평론가 하자작업장학교 교사

여기에 글 두 번 쓰고 〈한겨레〉 기자에게 물었다. “이차저차 연예인 이야기 계속 쓰려는데 괜찮아요?” 대답은 “상관없지만, 꼭 그럴 필요까진 없어요” 하고 맘 좋게 돌아오길래 ‘황우석 빅 프로젝트, 박주영을 복제하라’는 그럴듯한 썰 풀려다 관두고 이 글을 쓴다. ‘제2의 창간’을 기획한다면 〈한겨레〉 베테랑 기자들이 매주 한 면씩 연예 특집을 다뤄야 한다고 우기고 싶어서다. 내가 아는 사람들은 〈한겨레〉의 정치 담론보다는 경제 문제에 갈증을 느끼고, 문화 이론보다는 연예인 가십을 씹고 살기에.

해서 두 연예인의 고백 이야기. 방실이의 ‘거짓 결혼’ 고백과 전인권의 ‘진짜 사랑’ 고백. 이 거짓과 진짜를 신뢰할지는 각자 판단할 몫이다. 무난하기는 내 일이 아니면 ‘그러려니’ 하면 좋다. 근데 이게 안 된다. 왜? 연예인이니까. 게다가 사생활이잖아. 허공에 흩어질 일회용 감상도 인터넷 댓글로 치렁치렁 매달리면 ‘여론’이 되고, 언론은 이때다 싶어 ‘공인’의 ‘책임 있는 답변’을 물고늘어진다. 이리하여 우리는 또 한마디씩 덧붙이고 세상 열심히 산 기분에 빠진다.

하나 늘 겪다시피 ‘연예인 사생활에 관한 말’은 진실은커녕 사실 규명조차 무가치하다. 당사자의 말, 옮긴이의 말, 네티즌의 말이 꼬리를 물고 모두 ‘팩트’가 되니 미로 게임처럼 왔다갔다 돌다보면 어느새 지쳐 흐지부지. 이럴 땐 ‘남녀 사랑은 부모도 모르고 심지어 자신도 모른다’는 어른들 경험담을 믿고, 일단은 당사자의 고백을 그대로 믿는 편이 낫지 싶다. 손해볼 일 없으니까. 이보다 더 주목하고 볼 일은 방실이와 전인권이 처한 판이한 후속 상황이다.

두 사람의 고백 이후 언론이 되묻는 기세가 달라진다. 방실이는 ‘거짓’을 사죄해선지 ‘충격’ 제목을 단 기사가 일제히 쏟아지더니 깨끗하게 ‘쫑’ 난다. 반면 전인권은 ‘진짜’라고 주장해서일까. 자꾸 붙잡고 한 말 또 하게 캐물어서 ‘키워키워’로 몰아 간다. 전인권은 억울하다. 거짓말쟁이가 되지 않으려면 차분하게 한번 더 ‘그래 사랑했다’고 말할밖에. 그러자 또 약 올린다. 에이, 진짜로? 상대도 당신을 사랑했을까요? 사랑했다면 어디까지…? 함정 수사 하듯 옭아맨다.

그러나 ‘아, 순진하게시리, 가엾은 전인권…’ 하고 쯧쯧 혀는 안 차도 될 것 같다. 사태는 전인권이 엮인 게 아니다. 언론과 네티즌이 알아서 놀아나고 있는 거다. 전인권은 그냥 처음 했던 말 똑같이 천천히 다시 하고 있다. ‘사랑했다’와 ‘문자 주고받았다’는 말. 그때마다 언론은 제목을 창작하고, 네티즌은 흥분하고 분개한다. 신문도 인터넷도 안 본다니 당사자는 모르겠지만, 같은 말 반복만 해도 특종이 되고 일파만파 번지니 얼마나 신기할까.

이렇듯 ‘알아서 놀아나는’ 웃기는 사태의 진상을 알려면, 〈시사저널〉 고재열 기자가 〈오마이뉴스〉에 쓴 기사 “하룻밤 사이 ‘공공의 적’ 된 전인권”을 참고하시길. 다만,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갔다고 대통령이 고하는 이 시대, 알고 보면 문화가 연예인 가십으로 넘어간 시대라는 사실도 환기하자. 아울러 분배 정의도 사회 공헌도 불투명한 연예산업과 연예 뉴스가 팽창을 거듭하는 지금, 네티즌을 포함한 우리는 고작 연예인의 사생활을 뜯으며 인권 유린을 즐기는 대가로 경멸의 증세만 바득바득 키우고 있다는 것도.

김종휘/ 문화평론가 하자작업장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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