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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6.30 19:49 수정 : 2005.06.30 19:49

월드컵 기간에 청소년들이 주도한 광화문에서의 거리응원, ‘인터넷 세대’의 2002년 선거혁명은 우리 사회에 새로운 역동성과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세계는 한국의 월드컵 4강 진출보다 청소년을 중심으로 전국 곳곳에서 일어났던 ‘붉은 악마’의 함성에 더욱 놀랐으며, 젊은층이 중심이 된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에서의 여론 형성은 대통령 선거의 판도를 바꾸어 놓는 전대미문의 결과를 낳게 했다.

이러한 변화의 조짐을 한순간 사라지고 마는 현상으로 볼 수 있을 것인가? 청소년의 참여의 힘은 그동안 우리 사회가 터부시해 오던 붉은색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고, 지역감정이라는 고질적 병폐를 해소할 수 있다는 희망의 싹을 보여 주었다. 최근에는 고등학생의 내신 위주 입시제도 반대, 0교시와 두발제한 폐지 촛불시위를 통해 자신들의 생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기성세대인 교사나 당국은 이들을 말리기 위해 거리로 나오는 촌극이 벌어졌다.

이러한 일련의 청소년 참여 열기에도 불구하고 1일 국회가 선거나이를 19살로 제한한 것은 청소년이 가지고 있는 건강한 힘을 우리사회 발전의 동인으로 발전시키기를 거부하고 세대와의 진정한 대화를 외면하는 기성세대의 자기방어가 아닌가 싶다.

우리 사회에서는 현재 만 18살이 되면 혼인, 작업장에서의 근로, 병역의무, 공무원 자격 및 운전면허 취득 등의 민법과 형법상의 자격과 의무를 갖추고, 납세의 의무까지 지고 있으면서 정작 자신의 삶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선거권은 부여받지 못하고 있다.

18살로 선거나이를 낮추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주장은 주로 고등학생이 포함되어 학교의 정치화로 인해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하고 사회적 혼란을 초래한다는 논리이지만, 설득력이 약해 보인다. 실제 18살 중 고등학생은 10%대에 불과하다. 또한 우리의 청소년이 살아가는 세상은 더는 무능력하고 책임감이 없고 미성숙하기 때문에 판단을 유보당하며 살아가야 할 세상이 아니다. 빠르게 변하는 지식정보화 사회 속에서 이들은 이미 인터넷이라는 세상을 통해 새로운 문화를 생산하고 소비하며 주도적으로 여론을 이끌어가는 세대인 것이다.

세계 각국의 추세를 보더라도 선거나이가 18살인 나라가 143개국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독일에서는 고교를 갓 졸업한 19살 소녀가 연방 하원의원으로까지 뽑혔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지난 2003년 1월 우리나라의 청소년에 대한 전통적 태도가 가정, 학교, 사회 속에서 여전히 청소년의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능력있고 책임있는 시민의식은 투표할 나이가 되었다고 하여 갑자기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선진각국에서도 청소년의 참여를 촉진하고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여 청소년 개인의 성장뿐 아니라 사회국가적 역량을 강화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격감에 따른 선거인구의 축소로 지역구가 통폐합될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 선거나이를 정략적으로 담합하여 이용했다는 의구심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18살 선거권 부여가 바람직할 것이다. 선거나이가 18살로 낮아질 수 있도록 입법권자들의 혜안을 기대해 본다.

강대근/ 청소년위원회 위원 유네스코 아태국제이해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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