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7.03 16:43
수정 : 2005.07.03 16:43
군대에 가 본 사람은 알겠지만 어디나 ‘돌아이’ 고참 한 명씩은 있기 마련이다.
어느 부대의 악질 고참이 하루는 자기 후임에게 “넌 내가 죽이고 싶도록 밉지? 내가 죽는다면 넌 내 무덤에 침을 뱉을 거야. 그렇지?” 군기가 바짝 들어간 졸병이 대답했다. “절대 아닙니다.” 왜냐고 묻는 고참에게 이렇게 말했다. “저는 줄서는 게 정말 싫거든요”
정말 꼴 보기 싫을 때 우리는 침을 뱉는다는 표현을 쓴다. 실제로 침을 뱉기도 한다. 우리 사회가 아직도 꼴 보기 싫은 게 많아서 그런지 거리에 침을 뱉는 사람이 자주 눈에 뜨인다. 침은 무미·무색·무취하다. 침에서 냄새가 난다고? 그건 입냄새가 난다는 뜻이니까 칫솔질을 해줘라. 침은 음식물 성분을 녹여 미뢰를 자극, 미각을 일으켜 식욕을 촉진함으로써 소화관 운동과 분비를 활발하게 한다. 또한 구강 내의 촉촉함을 유지하고 입술과 혀의 작용을 부드럽게 하여 발성과 저작을 돕기도 한다.
딱따구리의 경우는 끈끈한 침을 묻힌 긴 혀를 나뭇구멍에 집어넣어 곤충을 잡아먹기도하는데 인간도 침을 묻힌 혀로 이성을 잡아먹기도 한다. 우리는 이를 키스라 부른다. 독사는 침샘에서 독을 만들어 상대방을 진짜 죽여버린다. 인간도 극도로 화가 나면 침에서 독성이 나온다고 한다.
어떤 나라에 군인들이 쿠데타로 정권을 잡았다. 독재정권의 우두머리는 자신의 얼굴이 들어간 우표를 발행했는데 이 우표에 대해 국민들의 불만이 대단했다. 독재자가 보좌관에게 물었다. “도대체 뭐가 불만이라는 거야?” “우표에 아무리 침을 묻혀도 봉투에 안 붙는다고 합니다” 독재자는 자기가 직접 우표에 침을 발랐다. “뭔 소리야? 이렇게 잘 붙는데” 그러자 보좌관은 “국민들이 침을 우표 앞쪽에다 뱉고 있거든요”
침의 분비는 조건반사로도 일어난다. 예를 들면 개에게 종을 울린 뒤 음식을 주는 훈련을 거듭시키면, 나중에는 종이 울리는 것만으로도 침을 분비한다. 우리 나라 학생들에게 이 실험을 시킨 걸까? 학생 중에는 수업 시작종만 울리면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다가 바닥에 침을 뱉고 가는 학생들이 많다. 학교에서 조건반사 대신 길에 침 뱉지 말라고 공중도덕부터 가르쳐야 하는 거 아닌가?
신촌을 지나는데 한 여학생이 ‘찍찍’ 소리까지 내며 침을 뱉는걸 보고 뉘 집 자식인지 물어보고 싶은걸 억지로 참았다. 손에는 담배가 들려있었다. 특히 담배 피우는 사람들이 침을 잘 뱉는 거 같다. 한 남자가 쓰레기통에 담배를 버리고 침으로 담뱃불을 끄려 하는데 자꾸 빗맞는다. (짜증) 다시 침을 모아 담뱃불을 향해 침을 뱉는다. (신중) 담뱃재에 침이 닿았지만 점성이 강해서 침이 끊어지지 않는다. (당황) 아가씨가 가까이 오는걸 보고 뱉었던 침을 다시 삼킨다. (용기) 그런데 침 끝에 달라붙은 담뱃재가 딸려온다 (황당) 손으로 침을 잘라내려는데 오히려 손에 붙어 안 떨어진다. (환장)
아직도 우리 사회에 침 뱉을 일이 많다고 해도 제발 길에 침 좀 뱉지 말자. 자기 입에서 나온 침도 다시 핥으라면 못하는 이기적인 우리들이 왜 남에게 자기 침을 보여주는걸까? 학교는 이런 기본교육부터 가르치는 게 옳지 않은가. “이봐요 거기~ 침 좀 뱉지 말라니까!” “침을 뱉는 게 아니라 말을 하는 건데요. 전 항상 침을 튀기면서 말을 해요. 워낙 신경질 나는 일들이 많아서…”
침 튀기며 말하지도 맙시다. 화내면 침 속에 독이 생기고 그 침을 가장 많이 삼키는건 당신일텐데… 안 그래요?
신상훈/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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