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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07 20:13 수정 : 2005.07.07 20:13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두 의뢰인이 하루를 간격으로 서로 다른 출발선에 섰다.한 사람은 지난달 30일 병역법 위반으로 1년6개월여 수형기간을 무사히 마치고 출감했다. 파문을 던지며 사회적 공론을 불러왔던 시작과는 달리 그의 출감은 소박하고, 무척 조용했다. 바로 그 다음날 또 다른 의뢰인은 1년 수개월의 지루한 재판기간을 고통속에 꿋꿋이 버텨내다 병역거부 의사를 철회한 후 유죄판결 선고를 받음과 동시에 재징집을 기다리게 되었다.

변호사로 일하는 동안 서로 다른 사연과 상처를 지닌 의뢰인들을 만나면서 다양한 감동과 애환을 느낄 수밖에 없는데 그들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변호하는 동안 유독 심한 가슴앓이를 해야 했다. 특히, 두 친구 모두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함으로써 재판을 받게 되었고, 거의 동시에 변호를 맡아 사건을 진행하였음에도 재판과정은 너무나 다르게 진행됨으로써 내내 변호인으로서의 능력을 회의하며 자학해야만 했다. 출감한 친구는 초기에 이루어진 영장실질심사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하였다. 둘이 머리를 맞대고 열심히 준비한 각종 자료와 신문사항에도 불구하고 덜컥 구속되더니 보석신청도 모두 거부되어 결국 재판과정 내내 수감된 채로 재판을 받아야 했다. 덕분에 가장 빨리 출감하긴 했지만….

1심재판 때는 선고를 앞두고 재판정에서 마지막 발언도중 몇마디 못하고 겨나는 수모를 당하고, 대법원 판결 때에는 무려 48일의 미결구금 일수를 인정받지 못하는 불이익을 당했다. 반면 다른 한 친구는 초기 며칠만 구속되어 있다가 보석이 받아들여져 바로 풀려나고, 1심재판 역시 국회의 입법과정을 지켜보면서 결정하겠다는 재판장의 고마운 결단에 의하여 1년수개월여 동안 선고가 보류되어 왔다. 비록 판사는 각 독립된 기관으로서 별개의 판단을 내릴 수는 있다고 하나 상황이 이렇듯 극과 극으로 치달으니 만감이 교차할 수 밖에 없었다.

갇혀 있는 그가 안쓰러워 틈틈이 접견을 가면 그는 무척 씩씩했다. 구치소 안에 들어와 있는 다양한 사람들, 구치소 내의 문제, 각종 시사문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는 속절없이 웃어댔다. 수형기간을 마치기 전에 대체복무제가 마련되지 않겠냐는 허접한 위로에 그는 어려울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하곤 했다.

또다른 그, 난생 처음 겪은 며칠간의 수감생활은 그에게 너무 충격이었나보다. 왜 안그렇겠는가, 처음부터 각오한 일이었지만 실제의 경험은 또 다른 것이어서 어딘가에 갇혀 있다는 사실이 주는 공포는 상상을 초월한다. 수감된 많은 사람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나가게 해달라고 간청하곤 한다. 더군다나,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마치 반역자라도 된 듯 거센 비난을 감당해내야 하는데, 가족들마저 본인의 신념에 동조해 주지 않는 경우도 있어 참으로 외롭게 맞서야만 한다. 그의 경우야말로 이들이 얼마나 힘겹고 고통스럽게 자신들의 신념을 지켜나가고 있는지, 사회가 그들에게 얼마나 가혹한지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초인일 수 없고, 초인이어서도 안된다. 단지 생각이 다른 평범한 우리 이웃이다. 언제까지 그들을 가두어 둘 것인가. 언제까지 그들에게 가혹한 잣대를 들이댈 것인가. 출감후 이튿날 만난 자리에서 그는 “맞죠 제가 어려울 거라고 했잖아요”라고 말한다. 양심적 병역거부, 대체복무제가 무엇인지, 그 당위성에 대하여는 여기서 또다시 논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2005년4월 현재 한국의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수감자수가 무려 1077명에 달하고 있는 현실을 국회가 더 이상 외면하여서는 안된다. 소수에 대한 관용은 양보할 수 없는 민주사회의 덕목이다.

진선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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